[교도소 재소자 과밀화로 몸살] 인천·대전 재소자 수용률 150% 넘겨…가석방 기준 엄격해 급증

입력 2015-12-06 18:12
수용 한계 넘긴 '콩나물 교도소'

현 정부 들어 3년새 재소자 1만명 늘어
"과밀화로 재소자 스트레스…교화 효과 떨어져"
"가석방 제도 본래 취지 살리는 게 현실적 대안"


[ 양병훈 기자 ]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가 재소자 과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천구치소는 수용률(수용정원 대비 수감자 수·지난 9월 기준)이 159.9%에 달했고 대전교도소는 150.6%였다. 100명이 정원인 공간에 15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대부분 교정시설의 1인당 수용면적은 2㎡를 넘지 않는다. 반면 독일에서는 수감자가 7㎡의 면적을 보장받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국가가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교정시설 과밀화가 급격히 진행된 이유는 현 정부가 가석방 심사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까지는 형 집행률이 80%대가 되면 해당 수감자를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올렸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이를 90%대로 높였다. 실제로 현 정부 출범 전인 2012년 하루 평균 4만5488명이었던 교정시설 재소자 수는 2013년 4만7924명, 2014년 5만128명, 올해는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5만5123명으로 급증했다. 약 3년 동안 재소자가 1만명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인구 증가로 인한 영향을 감안해도 재소자 수 증가세는 과도하다. 전체 인구 중에서 교정시설 수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0.12%였다가 2012년 0.09%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2013년과 2014년 이 수치는 0.1%로 올랐고 올해는 9월 기준으로 0.11%를 기록했다. 2004년 4.7명이었던 교도관 1인당 수감자 수는 2012년 2.9명까지 떨어졌으나 올해 3.5명으로 다시 올라갔다. 캐나다(1명), 독일(2.1명), 영국(2.7명) 등에 비해 두 배 정도 높다.

전문가들은 교정시설의 과밀화가 수감자에게 스트레스를 줘 교화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교정공무원은 “수용 환경이 재소자의 폭력 성향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라며 “단순히 소소한 불만에 그치지 않고 반(反)사회성을 강화하거나 안에서 새로운 범죄를 배우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수백억원대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서남대 설립자인 이홍하 씨가 광주교도소에서 다른 재소자에게 맞아 전치 6주의 부상을 입기도 했다. 광주교도소의 수용률은 9월 기준으로 140.8%다.

법무부는 예산 확보 어려움 때문에 교정시설 추가 건설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다만 가석방 기준을 일부 완화해 수감자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법무부가 지난달 수감자 538명을 가석방한 것은 이런 사정을 감안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가석방 직전에 “가석방 심사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져 수형자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한 본래 취지가 유명무피蠻낫?rdquo;고 밝혔다. 법무부는 가석방 심사 대상자의 형 집행률을 다시 80%대로 낮추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80%대 형 집행률로는 교정시설 과밀화를 해결하기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추가 기준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열 광운대 법과대학 교수는 “형법 72조1항에 따라 유기징역 형기의 3분의 1이 지나면 누구든지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실제론 형 집행률이 80% 이상인 수형자에게만 가석방이 허가되고 있다”며 “법률과 동떨어진 상태로 운용되는 것은 또 하나의 과잉 사법 사례”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형기가 3분의 1 이상 지났고 ‘후회하는 마음과 개선갱생의 의욕’이 뚜렷한 수형자에겐 가석방을 허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