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포트
1980~90년대 전성기 누리다 시장변화·수입브랜드에 밀려 몰락
비주력사업 정리…정장구두 집중
금강제화, 고급수제화 확대…매출 작년보다 16% 늘어
형지에 인수된 에스콰이아, 유명 디자이너 영입해 리뉴얼
엘칸토, 작년 흑자전환 성공
[ 임현우 기자 ]
실적 부진에 시달려온 ‘구두산업 선두주자’ 금강제화에 요즘 활기가 돌고 있다. 한 켤레에 30만~50만원대인 고급 수제화 ‘헤리티지’가 매출 효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금강제화의 구두 장인 60명이 수작업으로 만드는 이 구두는 기성화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 하지만 고급 맞춤구두를 찾는 30~40대 남성이 몰리면서 판매량이 해마다 10~15%씩 뛰고 있다. 올해 헤리티지 판매량은 작년보다 16% 늘어난 6만4000켤레로 예상된다. 황규명 금강제화 상무는 “위축된 구두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고급화’와 ‘기능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하반기 출시한 신제품의 반응이 좋아 올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늘었다”고 말했다.
◆한국 신발산업 ‘형님들’이 다시 뛴다
소비시장 변화와 수입 브랜드에 밀려 2000년대 이후 내리막 길을 걸어온 ‘전통의 제화 명가’ 금강·에스콰이아·엘칸토가 신발끈을 다시 바짝 조여맸다. 반세기 넘는 업력을 바탕으로 ‘기본에 충실한다’는 전략 아래 상품군을 새단장하고 유통망을 정비하느라 분주하다.
이들 세 기업의 역사는 곧 한국 구두산업의 역사다. 금강은 1954년, 엘칸토는 1957년, 에스콰이아는 1961년 설립돼 구두 대중화 시대를 함께 열었고 1980~1990년대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 다각화, 구두상품권 남발, 브랜드 이미지 노후화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부진이 시작됐다.
2000년대 초 4500억원을 넘었던 금강제화 매출은 지난해 3065억원으로 줄었다. 에스콰이아는 사모펀드 H&Q(2009년)와 패션그룹형지(2015년), 엘칸토는 모나리자(2005년)와 이랜드(2011년)로 주인이 두 차례씩 바뀌기도 했다.
비즈니스 캐주얼이 보편화하면서 구두 대신 운동화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고, 다양한 디자인을 앞세운 수입 브랜드가 쏟아져 들어온 점도 이들 업체의 발목을 잡았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상품권 기반의 손쉬운 영업에 안주해 달라지는 소비자의 취향을 읽지 못한 것이 3강 구도의 붕괴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비주력사업 접고 상품력 향상 집중
최근 이들 세 회사는 핵심 상품인 ‘정장 구두’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업계 1위 금강제화는 백화점에 고급 수제화 매장을 잇따라 연 데 이어 내년 1월 출시를 목표로 여성화 디자인 전반의 개편 작업도 진행 중이다. 비주력사업인 아웃도어·골프의류와 적자 매장은 정리했다.
올 6월 패션그룹형지에 인수된 에스콰이아는 디자이너 홍승완 씨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했다. 고급 구두에 쓰는 볼로냐 공법을 적용한 고급 수제화 브랜드 ‘알쿠노’를 내놓고, 캐주얼화 브랜드 ‘영에이지’와 ‘소노비’는 한층 젊은 디자인으로 새단장하기로 했다. 지난해 매출 1124억원, 영업손실 177억원을 낸 에스콰이아는 내년에 손익분기점을 넘고 2020년 매출 325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랜드를 새 주인으로 맞은 엘칸토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인수 당시인 2011년 매출 198억원, 영업손실 23억원을 냈으나 지난해 매출 360억원, 영업이익 14억원을 기록했다. 50개였던 매장은 102개로 늘었다. 조성원 엘칸토 전략기획실장은 “상품권 할인과 어음 결제 남발로 엉망이 된 재무구조를 정상화하는 데 2~3년 걸렸다”며 “올 들어 이익률이 10% 선으로 높아졌고 월 매출 1억원을 넘는 매장도 15개로 늘었다”고 말했다.
엘칸토는 기성화(소품종 대량생산) 비중을 줄이는 대신 살롱화(다품종 소량생산)를 늘리고, 가격은 경쟁사 대비 30~50% 저렴하게 내놓고 있다.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뛰어난 구두’로 평판을 높여 장기적으로 금강을 누르고 정장화 1위에 오른다는 목표다.
◆“5조원 신발시장에 새 전성기 연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신발시장은 2005년 2조1624억원에서 지난해 5조7006억원으로 늘었다. 여성복·남성복·캐주얼 등 패션시장 전반이 저성장에 시달리는 가운데서도 신발시장은 연평균 10%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최승순 금강제화 팀장은 “엘칸토와 에스콰이아가 잘 돼야 국내 3대 제화업체의 건전한 경쟁 구도가 회복돼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변화는 반가운 일”이라고 했다. 엘칸토의 조 실장은 “신발은 국가별로 발의 모양이 다 달라 해외 브랜드의 기술력이 토종업체를 넘어서기 쉽지 않은 품목인 만큼 상품의 경쟁력으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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