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쪽 편만 드는 대한변호사협회

입력 2015-12-06 17:38
양병훈 지식사회부 기자 hun@hankyung.com


[ 양병훈 기자 ] “논리도 없고 잡설만 한다.” “너는 참 비열한 놈이다.” “한마디로 ×새끼구먼.” “너 얼마든지 까불어봐라.”

지난 금요일 한 변호사가 방송에서 “변호사단체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한다”는 취지로 말한 뒤 받은 휴대폰 문자 내용이다. 이 변호사에게 문자를 보낸 사람은 놀랍게도 대한변호사협회의 고위 임원 A변호사였다. 문자를 받은 변호사는 “지난달 다른 방송 토론회에서 비슷한 주장을 했을 때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측에서 항의하더니 이번에는 대한변협 간부에게서 욕설을 들었다”며 “국내에서 가장 큰 두 변호사단체가 이러니 법조계가 잘 굴러갈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시 출신과 로스쿨 출신 변호사 간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럴 때 변호사단체는 회원 간 갈등을 중재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지만 현재 모습은 그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오히려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임원의 ‘문자 욕설 사건’도 6일 오전에 처음 알려져 순식간에 인터넷을 통해 퍼져 나갔다. 대한변弼?서울변회 집행부는 올해 초 출범 때부터 사시 존치 운동에 앞장서왔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마음은 이들 단체에서 떠난 지 오래다.

문제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도 대한변협과 서울변회의 회원이라는 점이다. 변호사가 되면 이들 단체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고 회비를 내야 한다. 국내 변호사 약 2만명 가운데 로스쿨 출신 변호사 수는 약 6000명으로 숫자도 적지 않다. 자기 식구들이 편을 나눠 싸우는데 법정단체 집행부가 한쪽 편만 들고 있는 셈이다. 보다 못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최근 한국법조인협회라는 이름으로 따로 단체를 결성했다.

갈등이 너무 깊어지면 치유가 불가능하다. 결국에는 한쪽이 망해야 끝나는 싸움이 된다. 변호사단체가 이 길로 재야 법조계를 끌고 가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숫자가 늘어나서 선거를 장악할 수 있게 되면 사시 출신을 변호사단체에서 철저히 배제하겠다”며 벌써부터 ‘복수의 칼날’을 가는 소리가 들린다.

양병훈 지식사회부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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