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토요일. 한적한 주말에 서울 신일고 논리교실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서울 용화여고의 경제동아리 (Y.E.S)와 신일고 동아리가 함께 마련한 토론장이었다. 신일고 동아리 회장 박찬호 군(18)과 부회장 강성현 군(18), 용화여고 동아리 회장 서민지 양(18)과 부회장 표수민 양(18)이 주도해 토론회 주제와 일정을 정했다.
토론회는 2015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 교수의 책 ‘위대한 탈출’을 놓고 독서 토론을 하려고 했다. 검토 끝에 책 내용 자체만을 놓고 토론하기에는 조금 벅찰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토론 주제를 책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로 넓혔다. 첫째, 돈이 행복의 척도가 될 수 있을까. 둘째, 삶에 대한 평가지수가 과연 객관적인 지표가 될 수 있을까. 셋째, 원조가 개발도상국 발전에 도움이 될까. 넷째, 소득 재분배가 세금에 의해 잘 이뤄지고 있는가였다. 연합토론은 2시간30분 동안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더 많은 돈이 행복을 불러오는가’라는 주제는 예상대로 토론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신일고의 태산 학생은 “돈이 많으면 온갖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뽀杉? 용화여고의 조다혜 학생은 “한계효용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느 지점까지는 돈이 더 많은 행복을 가져올 수 있지만 그 지점을 벗어나면 그 행복도 뒤따라오지 않기 때문에 상관관계가 미미하다”고 반론을 폈다. 신일고의 강승헌 학생은 “일본의 버블경제를 예로 들며 경제가 성장할지라도 행복은 비례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관관계가 없다”고 재반박했다.
‘삶에 대한 평가지수가 객관적인 지표로 활용될 수 있을까’는 어려운 주제였다. 용화여고의 김윤아 학생은 “대부분의 삶에 대한 평가지수로 평균값을 사용하는데, 이는 언뜻 보면 객관화시켰다고 볼 수 있지만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에서는 객관화되기는커녕 오히려 잘못된 편향만 일어날 것”이라며 “방법의 문제 때문에 객관화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일고의 박대호 학생은 “삶에 대한 평가지수를 매길 때 나라마다 기관마다 나누는 기준이 다양하기 때문에 객관화시키기는 어렵다”고 했다.
디턴의 책에서 거론되는 문제도 토론에 올랐다. ‘원조가 후진국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가’는 학생들의 의견이 갈렸다. 용화여고의 표예솔 학생과 신일고의 김승준 학생은 각각 “한국의 경우 개도국 원조의 성공적인 모범을 보이고 있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원조를 계속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용화여고의 김지원 학생과 표수민 학생은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이 아니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좋은 원조”라고 말했다.
‘세금으로 이뤄지는 부의 재분배가 실효성이 있는가’라는 주제는 자유토론 형식으로 다뤄졌다. 학생들은 한국 【?빈부 간 소득 격차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끼리 비교해 보면 한국이 하위에 있다는 의견을 많이 냈다. 신일고의 고영훈 학생은 “스웨덴의 높은 세율을 예로 들며 세금을 많이 거둬 부의 재분배를 촉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을 기획한 김소미 용화여고 교사는 “두 학교 학생들이 주말을 이용해 독서 토론을 준비한 열정이 돋보였다”며 “경제동아리답게 수준이 높았다”고 평가했다.
정리=서민지 용화여고 2학년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