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졸속 심의 우려
사회적경제법, 기업 돈 모아 사회적 기업 지원
자유시장경제 근간 흔들고 좀비기업만 양산
"경제 활성화하겠다며 반시장 법안 끼워넣기"
[ 조진형 기자 ]
여야 지도부가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경제활성화법과 경제민주화법을 맞교환하기로 흥정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나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등을 제정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면서 ‘사회적경제기본법’이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상생협력법)과 같이 시장경쟁 원리를 무시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법을 동시에 끼워넣을 경우 적지 않은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좀비기업 양산법’ 통과 우려
여야는 정기국회 시한인 9일까지 경제활성화법과 경제민주화법을 주고받기 위해 4일부터 벼락치기 형식으로 상임위원회 심의에 들어갔다. 지난 3일 새벽 내년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두 법을 맞바꾸기로 여야 지도 寬?암묵적으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다음주 서비스산업법과 사회적경제기본법,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원샷법과 상생협력법을 각각 다룰 예정이다. 서비스산업기본법과 원샷법은 여당이, 상생협력촉진법과 사회적경제법은 야당이 처리를 원하는 법안이다. 양당은 모두 “원안대로 처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난색을 나타내고 있어 맞교환을 전제로 세부 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계에서는 지난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조건으로 여당이 1조원 규모 농어민상생기금 조성을 합의한 데 이어 이번에는 경제활성화법을 위해 또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농어촌공동체 회사 등을 지원하기 위해 발의된 사회적경제법은 농어민상생기금과 비슷한 사회적경제발전기금 설치를 전제로 하고 있어서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과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은 모두 사회적발전기금 설치를 기본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 기금은 국가 재정 외에 민간 지원으로 운용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기금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불확실성이 산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가재정법에선 구체적인 재원이 있어야만 기금을 만들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위법 소지도 다분하다.
게다가 공공기관이 연간 구매 예산의 5% 이내에서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이 생산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강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기업의 돈을 강제해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자는 법안”이라며 “경쟁력과 상관없이 재정을 퍼부어 좀비 蓚汰?양산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두부 업종 보면 답 나온다”
야당이 원샷법을 통과시키는 대가로 요구하는 상생협력법 개정안은 백재현 새정치연합 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대표적인 경제민주화 법안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했다가 ‘반(反)시장’ 요소가 많다는 비판을 받은 ‘중소기업적합업종’을 다시 강화하자는 것이 법안의 핵심이다.
현재도 대기업이 사업을 확장해 중소기업 주력 업종에 피해를 입히면 중소기업중앙회 등 관련 단체는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관련 사업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동반위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판단하지만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으면 중소기업청장에게 사업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백 의원안은 동반위의 합의 도출 기한을 1년으로 못박고, 합의 실패 시 중소기업 관련 단체도 중소기업청장에게 직접 사업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중소기업청의 사업 조정 권고 기간도 현행 6년에서 8년으로 늘리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산업계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우려한다. 산업계 관계자는 “두부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뒤 오히려 중소기업 매출이 타격을 받았듯이 무의미한 적합업종 규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 피해를 불러온다”며 “경제활성화법 통과 대가로 경제민주화법을 통과시키면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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