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중국 인건비…중화권 기업도 떠난다

입력 2015-12-04 17:50
홍콩 TAL그룹 공장설립 7년만에 내년 베트남으로 일부 이전
중국 최저임금 매년 두자릿수 상승, 올해 8.6% 올라…"경쟁력 상실"
동남아, '세계의 공장' 부상


[ 나수지 기자 ]
한때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던 중국에서 중화권 기업마저 떠나고 있다. 인건비가 빠르게 올라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워지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시아 최대 의류업체인 홍콩 TAL그룹이 내년부터 중국에서 일부 공장 문을 닫고 생산장비를 베트남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4일 보도했다. 나이키 인텔 등 외국계 기업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중국을 떠나 동남아 국가로 공장을 이전했다. 임금이 오르고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에 줬던 혜택이 점차 줄었기 때문이다.

◆중화권 기업마저 중국에 등 돌려

홍콩 TAL그룹은 유니클로, 바나나리퍼블릭 등 유명 브랜드 옷을 주문받아 납품한다. 2007년 TAL그룹이 중국 남부 둥관에 바지 공장을 세웠을 때만 해도 이렇게 빨리 문을 닫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 경영진은 “앞으로 적어도 20년 동안 이 공장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직원 2400명이 일하는 이 공장이 8년 만에 문을 닫는 건 급격히 상승하는 蛋鳧?감당할 수 없어서다. 중국 최저임금 증가율은 10년 전부터 거의 매년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올해는 8.6%가량 오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로저 리 TAL그룹 최고경영자(CEO)는 WSJ에 “인건비 상승으로 지난 2~3년간 중국 공장이 적자를 면치 못했다”며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 탈출’은 옷이나 신발 등을 생산하는 저가 소비재 공장에서 두드러진다. 중국 정부가 ‘제조업 대국’이 아닌 ‘제조업 강국’이 되겠다며 소비재보다 기술집약적인 제조업을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어서다. 중국 정부는 올초 ‘제조 2025’란 제조업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로봇, 항공우주장비, 자동차 등 첨단제조업 분야에서 강국이 되겠다는 계획이다.

◆차기 ‘세계의 공장’ 된 동남아

중국을 이을 ‘세계의 공장’으로는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이 주목받고 있다. 나이키 공장은 2009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옛 노키아 휴대폰 공장은 올초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사했다. 아디다스는 2012년에 미얀마로, 유니클로는 2010년에 방글라데시로 각각 중국 공장을 옮겼다.

중국보다 인건비가 싼 데다 노동력 수준도 높다는 게 동남아 국가의 매력 요인으로 꼽힌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제조업계 평균 임금은 중국(시간당 3.27달러)보다 각각 60%, 25% 정도 싸다. 근로자 퇴직률도 낮은 편이다. TAL그룹의 중국 공장에선 매달 10%가량이 회사를 그만뒀지만 기존 베트남, 말레이시아 공장에선 퇴직률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

TAL그룹 공장 이전 사례는 시작일 뿐 앞막琯?중화권 기업 공장이 중국을 떠나는 일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스탠리 라우 홍콩기업인연합회 대표는 “2017년까지 중국에 있는 홍콩 기업 소유 공장 중 10%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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