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방송 '대부' 송재룡 트레져헌터 대표
젊은 시절 신춘문예 도전…문화 콘텐츠에 각별한 관심
중국·유럽 등 해외시장 개척
[ 김보영 기자 ]
연예인이 되려면 공중파를 통해 데뷔해야 한다는 ‘철칙’이 있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굳건했던 이 공식이 깨졌다. ‘양띵’ ‘김이브’ 등 인터넷 1인방송 스타가 우후죽순 나타나면서다. 방송업계에서도 생소한 ‘다중채널네트워크(MCN)’라는 용어가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1인방송 진행자가 속한 기획사를 뜻하는 MCN 사업에 먼저 도전장을 내민 이들 중 한 명이 송재룡 트레져헌터 대표(38·사진)다. 송 대표는 2013년 CJ E&M에서 방송콘텐츠 부문 MCN 사업팀장을 맡으며 이 사업의 가능성을 봤다. CJ E&M에서 매일 새로운 방송·콘텐츠 트렌드를 들여다보다 직접 사업에 뛰어들고 싶어졌다. “창업 전에 고민을 했지만 실행이 빠른 편입니다. 실행에 옮기면서 고민을 병행한다고 할까요.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죠.”
현재 트레져헌터가 관리하는 1인방송 진행팀은 89개에 이른다. ‘양띵’ ‘김이브’ ‘고인규’ ‘최고기’ 등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뷰티 등 다양한 주제에 걸쳐 가장 인기 있는 방송 진행자가 모여 있다. 콘텐츠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창작자 선점에 성공한 셈. 트레져헌터에 이어 숱한 MCN 회사가 생겨나고 있지만 스타급 진행자는 트레져헌터가 대거 보유하고 있다. 송 대표는 “창작자들이 마음 편히, 자유롭게 방송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우선하는 일”이라고 했다.
송 대표는 자신이 창작자의 길을 걷고 싶었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영화와 소설에 빠져 살았고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재학 중에는 신문사의 신춘문예에 장편소설 ‘낙동강’을 응모하기도 했다. “직접 창작자가 되지 않더라도 늘 ‘문화콘텐츠’ 근처에 있고 싶었죠. 엠넷미디어에 입사한 것도 그래서였고요.” 엠넷미디어는 2011년 CJ E&M에 흡수합병됐다.
콘텐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투자받기 힘들다는 선입견을 깨고 송 대표는 올해 약 157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모바일 게임업체 ‘네시삼십삼분’에서 27억원을 투자받은 데 이어 코오롱인베스트먼트와 알바트로스인베스트먼트, 자프코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40억원을 유치했다. 최근 DSC인베스트먼트와 SK텔레콤에서 90억원을 더 유치했다. “투자받기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생각보다 관심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트레져헌터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투자받는 모습을 보며 변화를 느낍니다.”
앞으로 신경 쓸 부분은 해외사업이다. 중국과 홍콩을 비롯해 동아시아, 유럽 등에 국내 창작자의 1인방송을 알리고, 거꾸로 현지 방송을 국내에 소개 求?다양한 방식을 구상 중이다. 방송 한류의 무대였던 중국은 최근 ‘별그대(별에서 온 그대)’ 흥행 이후 한국 방송에 대해 쿼터 제한, 내용 심의 등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걱정스럽지는 않을까. “중국 시장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해요. 현지에서 제작하는 방법도 있고요. 특히 한류 초기에 중국에서 한몫 챙기려고 국내 방송사업자들이 신의를 저버린 사례가 많아서 불신이 팽배한 것 같습니다. 함께 멀리 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죠.”
‘뉴페이스’ 발굴에도 적극적이다. 트레져헌터는 네이버와 함께 신인 창작자 공모전을 18일까지 열고 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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