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금융개혁의 의미 있는 진전

입력 2015-12-03 17:58
23년 만에 출범하는 인터넷 은행
꾸준한 금융개혁 작업의 좋은 결실
개혁의 발걸음 착실히 내디뎌야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 공적자금관리위 민간위원장 chyun3344@daum.net >


최근 정부가 4대 개혁을 활발하게 추진하는 가운데 금융개혁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큰 그림이 좀 부족하고 작은 사안들이 많다는 것이 근거로 제시되기는 하는데 이 부분은 그리 간단하게 볼 문제가 아니다.

사실 우리 금융회사들은 우량한 금융 서비스를 값싸게 제공해야 하고 서민과 중소기업 등 약자도 보호해야 한다. 또 금융소비자 보호도 강화해야 하고 금융위기에 대비한 건전성 강화에도 힘써야 한다. 수많은 목표가 제시되고 요구 사항이 증대되는 가운데 금융회사의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는 과제는 스스로 챙겨야 한다.

최근 세계경제포럼이 금융성숙도 부문에서 한국이 세계 87위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설문조사에 근거해 기업에 대한 대출의 용이성이 122위로 평가된 데 따른 결과다. 한국의 은행 대출 1340조원 중 기업 대출이 760조원가량 되는데 이 중 580조원이 중소기업 대출이다. 달러로 환산하면 5000억달러 수준의 자금이 중소기업에 대출된 나라에 대해 대출 용이성이 세계 122위라면 이를 액면 그대로 인정하기는 힘들다.

사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매우 민감한 이슈다. 이는 행정개혁을 전제로 한 정부구조개편 문제와도 연결돼 있어서 금융개혁 수준이 아니라 행정개편 차원에서 정권 초기에 실시해야 할 이슈다. 만일 정권 중반에 해당하는 현재 시점에서 이 이슈를 건드리면 논란이 증폭되면서 모든 다른 아젠다들을 압도할 가능성이 크다. 오직 이 이슈에만 논란이 집중되다가 결론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큰, 말 그대로 블랙홀 같은 이슈라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금융권 급여체계의 전면 개편 또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금융회사에는 강력한 노조가 버티고 있다. 급여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것은 금융개혁 차원만이 아니라 노동개혁과 관련해 복합적 처방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 논의되는 금융개혁 이슈에는 무게가 상당한 이슈도 있고 무게가 덜 나가는 듯 보이는 이슈도 있다. 그러나 개혁의 이름으로 이를 추진하지 않으면 건드리기 힘든 부분도 많다. 그동안 금융개혁회의를 통해 규제체계 개편, 금융업 경쟁력 강화 등 여러 이슈를 다룰 수 있었고 이런 개혁을 추진하는 금융위원회의 노고와 능력이 있었기에 많은 것이 가시화되고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도 있다. 작은 것이 큰 것을 망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작은 것처럼 보이는 이슈도 잘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지하다시피 최근 두 개의 컨소시엄이 인터넷전문은행업 인가를 받았다. 23년 만에 새로운 은행이 두 개 출범하는 것이다. 과거 인터넷은행 제도 도입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한 사례가 있다. 이제 새로운 인터넷은행이 탄생하고 잘 정착돼 성공을 거둔다면 새로운 경쟁 구도가 성립된다는 면에서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큰 의미가 있다. 나아가 이 비즈니스 모델을 정보기술(IT)산업 및 결제시스템 등과 결합해 새롭고 복합적인 서비스 제공에 성공한다면 이 모형을 동남아시아 국가 등의 인터넷은행업 공략에 이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작인 것이다. 이처럼 국내 금융산업 및 금융업 해외 진출 구도를 바꿀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은행의 출범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이는 이 이슈가 핀테크(금융+기술)산업 육성을 통한 금융 경쟁력 강화 등과 관련한 금융개혁 아젠다에 포함됨으로써 도입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금융개혁 작업이 의미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해 주고 있다.

점진적인 개혁과 단절적 개혁이 병행되고 큰 이슈와 작은 이슈들이 결합되면서 금융규제개혁은 의미를 더할 것이다. 큰 거 한 방도 노리면서 잽과 훅을 계속 날려야 상대방을 공략할 수 있다. 물론 어떤 경우도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금융개혁과 관련해 다양한 이슈들이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만이 아닌 많은 격려의 대상이 돼야 할 것이다.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 공적자금관리위 민간위원장 chyun3344@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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