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범죄화(over-criminalization)가 온 국민을 전과자로 만드는 것은 물론 오히려 강력·흉악범죄가 급증하게 하는 요인이라는 실증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일중 성균관대 교수가 어제 자유경제원 세미나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국내에서 벌금형 이상의 형벌을 1회 이상 받은 전과자는 지난해 기준 1148만명에 달해 4년 새 64만명 늘었다. 성인(15세 이상) 4명 중 1명꼴이다. 20년간 두 배로 폭증한 추세를 감안하면 2030년엔 2.5명 중 1명인 2000만명이 전과자가 될 것이란 추정이다.
이 같은 문제는 과잉규제를 양산하고 이에 순응케 할 목적으로 무턱대고 형사처벌 조항을 삽입하는 정치권의 과잉입법이 주된 원인이다. 행정규제 위반조차 형벌을 때리는 법률만도 760개다. 이들 법률에서 징역·벌금형에 처하는 조항이 약 8200개다. 규제 내용도 모호하고 포괄적이어서 실제로는 그 몇 배가 될 수도 있다. 얼마든지 범칙금 과징금 행정지도 등으로 제재가 가능한 위반행위조차 징역 아니면 벌금형이다. 예컨대 가로수 열매를 따면 절도죄, 허가 없이 주워가면 점유물 이탈 횡령죄라는 식이다. 운전미숙 등으로 도로 펜스를 망가뜨려도 형사처벌되는 게 한국이다. 그러다 보니 전체 기소자의 65%, 법원 1심 유죄판결의 70%가 행정규제 위반자라고 한다.
과잉범죄화의 폐해는 전과자 양산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정된 법집행 자원(검찰 경찰 법원)이 규제범죄에 쏠리면서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 강력·흉악범죄와 재산범죄가 2000년대 들어 연평균 4.8%씩 증가하고 있는 게 그 결과다. 특히 강력·흉악범죄의 여성 피해자 비중은 1995년 30%에서 2013년 99%로 세 배 가량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과잉범죄화가 범죄 억지력은커녕 강력·흉악범죄를 늘리는 기회비용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제 끝난 정기국회에서도 ‘시장’에서, 또는 민사로 해결할 수 있는 사적 영역까지 형사범죄로 처벌하겠다는 법률들이 쏟아졌다. 여야의 입법 뒷거래가 국민의 신체와 재산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과잉입법의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고선 해결할 수 없는 악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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