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어느새 1200조…금융부실 '시한폭탄' 되나

입력 2015-12-03 07:02
저금리시대 막 내리나

1년 새 100조 넘게 급증…2금융권 대출 늘어 위험신호
"GDP 대비 가계빚 비중 낮아" 일부선 지나친 우려 시각도


[ 이승우 기자 ]
사상 초유의 저금리(기준금리 연 1.5%)가 불러온 가장 큰 부작용은 가계대출 급증이다. 한국의 가계빚은 1년 새 100조원 넘게 늘어 1200조원에 바짝 다가섰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임박하면서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부채가 경제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가계빚은 1166조37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 대비 34조5019억원(3.0%) 늘었다. 분기별 증가폭으로는 지난 2분기(33조2000억원)에 이어 다시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3분기 말(1056조4415억원)과 비교해서는 1년 새 109조5959억원(10.4%) 급증했다.

은행의 가계대출이 전 분기보다 14조3000억원 불어났다. 증가폭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이었다. 3분기에만 11조5000억원 늘었다.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비(非)은행 예금 취급기관의 가계대출도 6조3000억원 증가했다.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금액 등 가계가 물품 구매 과정에서 진 빚(판매신용)도 3분기에 3조9000억원(6.6%) 늘었다. 이 속도라면 연말까지 가계빚이 120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2013년 4분기 1000조원을 넘어선 뒤 2년 만에 20% 증가하는 것이다.

빚 급증의 배경엔 사상 초유의 저금리가 있다. 지난해 8월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풀리면서 대출받기가 과거보다 쉬워졌다. 전셋값이 오르자 싼값에 빚을 내서 집을 사는 가계도 늘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18개 신흥국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한국이 84%(1분기 기준)로 가장 높았다. 선진국의 평균치(74%)도 웃돌았다.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기준 164.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135%)를 뛰어넘었다.

전문가들은 이달 미국이 예상대로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 신흥국 부채가 금융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는 소비에 직접 영향을 준다”며 “가계소득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자 부담이 늘면 경기 회복이 더 느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가계부채 염려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가계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비율은 지난 3월 말 226.7%로 지난해 9월 말보다 3.8%포인트 높아졌다. 건전성이 개선됐다는 의미다. 지하경제를 감안했을 때 GDP 대비 가계빚 비중이 낮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가계빚의 ‘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제2금융권 대출이 늘어난 것은 위험 신호”라며 “담보 여력이 없는 자영업자들이 부족한 사업자금을 충당하려고 빚을 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가운데 고정금리는 9월 말 기준 29.7%에 불과해 금리 변동에 취약한 구조다. 앞으로 금리가 오르면 금융 부실이 커질 수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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