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근호 기자 ] 미국 중앙은행(Fed)은 2008년 11월25일 5000억달러 규모의 주택저당증권(MBS)과 1000억달러 규모의 정부 보증 모기지채권(GSE)을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현대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꾼 제1차 양적 완화의 시작이었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거품 붕괴에서 촉발된 금융위기로 Fed는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2008년 12월 제로 수준(연 0~0.25%)으로 내렸다. 하지만 금리를 하한선까지 내려도 경기 침체가 심해지자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인 양적 완화를 꺼내 들었다. 중앙은행이 시장에서 국채 등 중장기 채권을 매입해 직접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겁에 질린 투자자들을 동굴 밖으로 이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양적 완화 규모는 계속 늘어났다. 1차 양적 완화는 2010년 3월까지 총 1조7500억달러 규모로 시행됐다.
양적 완화라는 말이 생겨난 것은 2001년 3월 일본은행이 디플레이션에 맞서기 위해 자산 매입에 나서면서였다. 당시 양적 완화는 아무런 성과 없이 2006년 3월 종료됐다. 한동안 잊혀졌던 양적 완화는 2007~2008년 금융위기 이후 화려하게 부활했다. 즉각적이고 공격적인 Fed의 양적 완화가 효과를 보는 듯하면서 0%대 금리에 직면한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도 잇달아 양적 완화를 주요 통화정책 수단으로 받아들였다.
양적 완화로 풀린 돈은 세계적으로 9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Fed가 푼 돈만 약 4조5000억달러에 달한다. 이 자금을 어떻게 회수할 것인지는 각국 중앙은행의 큰 과제다. 신흥국으로 들어온 자금이 다시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양적 완화로 풀린 돈을 회수하는 데만 5~8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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