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스트레스 줄이자
전문가가 주식·채권 분산투자
올해 일임형 상품에 22조 몰려
랩어카운트 고객수만 128만명
연기금도 믿고 돈 맡겨
[ 김우섭 기자 ]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문가 조언에 따라 투자하는 ‘투자 일임형’ 상품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증시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느낀 개인투자자들이 자산관리 서비스 시장을 찾고 있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투자 일임형 상품 잔액은 22조3569억원 늘어난 103조453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잔액이 5조1914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증가세다. 투자 일임형 상품 잔액은 지난해 말 81조963억원에서 지난 7월에만 8조3440억원이 늘어나는 등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102조8079억원)을 돌파했다.
투자 일임이란 고객 명의 계좌를 증권사 운용사 자문사 등 금융회사에 맡겨 알아서 운용하게 하는 상품을 말한다. 증권사 랩어카운트와 투자자문사 수탁 상품이 대표적이다. 투자 일임형 상품 상승세는 올 들어 20조1809억원 늘어난 랩어카운트(9월 말 91조8198억원)가 이끌고 있다. 전체 가입 고객 수도 같은 기간 128만명으로 11.3% 늘었다. 랩어카운트는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해 위험을 분산하는 자산 관리 계좌다.
선두 주자인 삼성증권의 랩어카운트 ‘POP UMA’ 잔액은 올 들어 2조원 이상 늘어난 2조3024억원을 기록했다. 신한금융투자 EMA도 지난 10월부터 두 달 동안 539억원을 모았고, 한국투자증권의 ‘마이스터랩’은 지난 5월 출시 이후 2555억원이 판매됐다.
랩어카운트의 인기 요인은 투자 대상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개인투자자가 접근하기 쉽지 않은 채권, 메자닌(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주식, 공모형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증권사 투자전략팀이나 프라이빗뱅커(PB)와 상의한 후 투자한다. 전율진 유안타증권 랩운용팀 차장은 “과거 랩어카운트 상품은 국내 주식 투자에만 한정돼 차별점이 없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경로의 분산투자가 가능해 안정적인 자금 운용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빠르게 변하는 경제 상황에 따른 포트폴리오 조정에도 강점이 있다. PB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액 자산가들은 펀드 교체 등을 할 때마다 지점을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문윤정 신한금융투자 대치센트레빌지점 PB는 “근무 시간에 지점 방문이 쉽지 않은 고객 상당수가 전화 한 통이면 포트폴리오 조정이 가능한 랩어카운트로 자산을 옮기고 있다”며 “수수료도 수익률에 연동돼있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말했다.
연 1%대 저금리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연기금의 유동 자금도 대거 몰렸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들어온 자금(20조1809억원) 중 10조원 鵑瓚?연기금에서 들어온 자금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정환 군인공제회 재무기획팀장은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회원에게 지급하는 이자(연 4%)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며 “수익률이 좀 더 높은 랩어카운트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고객 관심이 높아지면서 3000만~5000만원 이상이었던 랩어카운트 최초 상품 가입 금액도 1000만~2000만원으로 대폭 낮아지고 있다. 최근엔 월 10만~20만원에도 투자가 가능한 적립식 랩어카운트 상품도 출시됐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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