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금융사기, 반성 않는 사기범들

입력 2015-12-02 17:51
수정 2015-12-03 06:15
노경목 지식사회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 노경목 기자 ] 지난달 27일 새벽 1시 한국경제신문 편집국에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FX마진(외환선물) 거래를 명목으로 자금을 모집한 IDS홀딩스의 투자자라며 그날자로 나간 ‘교묘해지는 금융사기’ 기사에서 업체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와 도무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IDS홀딩스는 법정에서 무죄임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전날 담당 기자는 밤 11시까지 편집국에 남아 있었다. 한경 대표 전화번호를 통해 연결을 시도했다면 통화가 가능했다. 게다가 김모 IDS홀딩스 대표는 지난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유사수신행위와 사기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았다. 무죄로 입증됐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담당 기자가 퇴근한 새벽 시간에 인터넷에 송고되는 기사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빼려고 했던 꼼수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2일자까지 게재된 금융사기 시리즈에 대한 독자들의 첫 반응은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얘기에 속는 사람들이 있나”라는 반문이었다. “중국 관광객이 가상화폐로 신세계백화점에서 결제하고 있지만 워낙 극비라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도 모른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는 불법 투자금 모집자들을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의 얘기는 달랐다. 한 50대 여성은 “고교 시절부터 30년 넘게 사귀어 온 친구가 ‘손실이 나면 내가 책임질 테니 투자하라’고 매달리는 통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불법 금융사기에 빠진 배우자와 이혼한 60대 남성은 “아내가 사이비 종교에 빠진 것처럼 불법 업체의 지역 설명회를 쫓아다녔다”고 했다.

지난 1개월여간 금융사기업체들을 취재하며 느낀 점은 사기꾼들이 다른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얼마나 뻔뻔해질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기범들 앞에 선량한 시민은 언제든 피해자로 전락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해자의 적극적인 신고가 없으면 검찰과 경찰도 수사에 나설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사기꾼들이 요리조리 법망을 빠져나가게 방치해선 안 된다. 금융당국이 선제적 조사에 나설 수 있도록 법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노경목 지식사회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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