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의 키워드는 실용…인사·조직문화 바꿔 '스마트 삼성' 속도낸다

입력 2015-12-01 19:44
이재용의 실용경영 삼성을 바꾼다

<1> 변화하는 인사·조직문화

5단계 직급체계 3단계로 축소
능력급 확대 등 인사제도 개편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 없애
'SW의 삼성'으로 전환 목표

해외 현지채용 인력 권한 강화
진정한 글로벌 기업 도약 목표


[ 정지은/김현석 기자 ] 1일 발표된 삼성 사장단 인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권을 맡아 단행한 사실상의 첫 번째 인사였다. 그만큼 변화가 클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함부로 내치지 않고 기존 최고경영자(CEO)의 경험과 연륜을 활용하면서 세대교체를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런 점에서 이재용의 경영은 ‘실용경영’이라고 할 만하다.

주력 사업을 키우기 위해 잘하지 못하는 사업을 매각하고, 전용기를 팔아 비행기표가 없을 때는 이코노미석도 이용하며, 부동산을 탐내지 않는 식의 실용경영은 앞으로도 삼성의 경영 전반에서 두드러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런 실용주의는 인사제도와 기업문화 전반에 걸쳐서도 ‘조용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신경영에 접목해 삼성을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만들기 위한 ‘이재용식의 실용경영’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인사제도 개편도 과감하게 추진 중

삼성은 1993년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과 함께 신인사 제도를 도입했다. 이를 계기로 발탁 인사와 능력급제를 확대했다. 이는 삼성이 약진하는 바탕이 됐다.

22년이 흐른 지금 삼성은 또 다른 인사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은 작년부터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새로운 인사 제도를 연구해왔다. ‘패스트 팔로어’(추격자)인 삼성이 ‘퍼스트 무버’가 되려면 상명하복식의 경직된 기존 기업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이 부회장의 생각에서다. 삼성은 그동안 현재의 5단계 직급(부장-차장-과장-대리-사원) 체계를 3단계(수석-책임-선임)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이런 방안은 내년부터 계열사별, 사업부별, 직군별로 점진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발탁인사가 쉬워지고 동시에 퇴출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또 연봉을 산정할 때 근무연한 등 연공서열 요소를 없애고 오로지 능력만 따지도록 손질할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직급이 아니라 직책 위주로 인사시스템을 새롭게 정비하기로 했다”며 “업무 효율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실용주의 경영에 따라 인사제도가 유연해지는 것이다. 모든 계열사가 획일적으로 한꺼번에 변하는 것도 아니다. 삼성은 이 같은 방침을 계열사별, 직군별 사정에 맞춰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실시하라는 주문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획일적 조직문화도 확 바꾼다

삼성은 조직문화를 뜯어고”?위한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월부터 ‘싱글 삼성문화 타파’와 ‘컬러풀 삼성 추구’라는 목표를 앞세워 ‘조직문화 혁신 TF’를 운영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중심 시대에 대응하려면 획일화된 문화를 벗어던지고 다양하고 창의적인 조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하드웨어 중심 사업환경에서는 임직원이 하나로 뭉치는 게 중요했지만 요즘 시대는 다르다는 판단이다. 이 부회장은 구글 애플처럼 소프트웨어에 강한 기업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문화를 갖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를 없애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수시로 낼 수 있는 토론 기회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 추진 중이다.

삼성 관계자는 “실용적인 면에서 어떻게 도움이 될지 고민하며 주요 경영 요소를 바꿔나가는 게 현재까지 이 부회장이 내보인 경영 스타일”이라며 “이런 변화가 회사 발전으로 얼마나 어떻게 연결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해외 인력 끌어안고 글로벌 기업으로

삼성전자 임직원 32만명 중 22만명이 해외 인력이다. 해외법인도 250개가 넘는다. 하지만 여전히 리더 자리는 한국 사람이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본사의 지시를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국식의 수직적 조직문화를 강요하고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된다는 지적도 많이 나온다. 해외 인력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제안이 묻히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철저한 현지화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이 때문에 한국인 주재원을 줄이고 해외 현지 채용 인력에게 많은 권한을 주고 있다.

최근 미국에 설립한 연구조직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에는 연구원장만 한국인일 뿐 수석부사장(마크 번스타인)과 대부분의 연구실 책임자가 현지인이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인력 관리도 크게 바꾼다. 지금은 본사 임원과 해외에서 채용한 해외 임원 간 차이를 두고 있지만, 앞으로는 통합할 계획이다. 해외 인력도 국내 인력과 같은 기준에 의해 평가받고 승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현재 1500명 정도인 국내 근무 외국인의 수도 대폭 늘릴 예정이다.

정지은/김현석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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