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해지는 금융사기 (3·끝) 구멍 뚫린 피해자 보호
집행유예 기간 새 투자자 모집, 피해원금 돌려주고 풀려나
"금감원 영업방해로 손해"…사기범들 역고소 하기도
당국 "영업정지 법적근거 부족"…사기 수법 다양…엄벌해야
[ 노경목 기자 ]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금융사기 피해를 키우고 있다. 유사 수신행위와 사기 등 범죄 내용을 증명하더라도 피해자에게 피해금액을 돌려주면 주범도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이들은 집행유예 기간에 같은 수법으로 계속 투자자를 모집한다. 한 번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을 다음 사기로 끌어들여 금융사기의 사슬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일단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에 들어가면 자금 모집 등을 접었는데 이제는 집행유예 기간에도 적극적으로 자금을 모집해 피해를 키우고 있다”며 “솜방망이 처벌을 악용하는 업체가 많은 만큼 이를 막기 위한 법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죄 받고도 자금 계속 모집
김모 IDS홀딩스 대표는 지난 6월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사기와 유사 수신행위 등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FX마진(외환선물)거래 투자자에게 자금을 빌려줘 수익을 낸다며 투자금을 유치했지만 법원은 실제로는 자금이 해외로 건너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투자자들이 낸) 대여금을 홍콩 계좌에 송금할 수 없어 FX마진거래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며 “새로운 대여금으로 종전 대여자의 이자와 대여 원금을 상환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여자들에게 설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대표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소송을 건 피해자에게 원금 등 730억원을 돌려줘 실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김 대표는 “앞으로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사업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IDS홀딩스는 비슷한 수법으로 계속 투자금을 모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 새로 모집한 돈만 수천억원에 달한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금융당국은 IDS홀딩스의 영업을 정지시킬 법적 근거가 부족해 발만 구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IDS홀딩스는 금감원에 등록한 회사가 아니어서 금감원이 영업을 정지시킬 근거가 없다”며 “관련 정보를 검찰에 전달하고 4일 열리는 2심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자금 모집 교도소에서 기획
파생상품에 투자한다며 피해자 2772명으로부터 1381억원을 받아 부당하게 쓴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이숨투자자문은 10월 자신들을 조사한 금감원 직원들의 월급을 압류했다. 조사 과정에서 회사 사무실에 부당하게 들어와 영업을 방해했다며 “영업 손해에 대해 책임을 지라”고 법원에 가압류 신청을 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피조사기관의 고소로 금감원 직원의 월급이 압류된 것은 처음”이라며 “특히 담당 팀장은 2개월째 월급을 받지 못해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했다.
이숨투자자문이 불법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동안 실소유주 송모씨는 교도소에 있었다. 2013년 ‘인베스트컴퍼니’라는 투자회사를 세워 “입사하려면 투자금을 내야 한다”며 구직자 700여명에게 106억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4년형을 받았기 때문이다. 송씨는 당시 사기 피해자 중 일부를 명목상 대표와 임원으로 내세워 이숨투자자문을 설립하게 했다. 이들은 이숨투자자문을 통해 모집한 자금으로 추정되는 돈으로 인베스트컴퍼니 피해자들에게 보상하는 등 송씨의 구명에 나섰다. 이에 송씨는 2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검찰은 지난달 7일 교도소 문을 나서던 송씨를 기다렸다가 이숨투자자문과 관련한 혐의로 다시 체포했다.
일부 투자 유치자에 대해 수사가 이뤄진 힉스코인도 중간에 피해금액을 피해자에게 모두 돌려줘 고소가 취하되면서 수사도 종료됐다. 이 와중에 힉스코인은 영업을 계속해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범행 의도와 사기 수법 등에 따라 실형을 내리는 재판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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