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힐링 비법은
경기고·서울대 동문들과 활동
타인의 삶 살아보는 매력 느껴
[ 김진수 기자 ]
건설기술 개발을 전담하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이태식 원장(63)은 40여년 전인 고등학교(경기고) 학생 때부터 연극 활동을 해왔다. 연극 연습을 하고 집에 돌아가면 뭔가 하나를 성취한 것 같은 뿌듯한 느낌이 드는 게 매력이란다.
이 원장은 “연극은 3일 공연을 하기 위해 보통 3개월을 준비한다”며 “한 프로젝트를 장기간 연구하는 학자의 길과 많이 닮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한양대 건설환경플랜트공학과 교수를 지낸 학자 출신으로 한국건설관리학회, 한국철도학회, 대한토목학회 회장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 원장은 지금도 세 개의 연극 모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경기고 동창생 200여명이 회원으로 있는 ‘화동연우회’와 서울대 공대 연극회인 ‘실극’, 서울대 전체 연극반인 ‘관악’ 등이 그가 활동하는 단체다. 매년 12월 공연을 하는 화동연우회는 배우 신구 씨를 비롯해 다양 ?경기고 선후배가 참여한다. 이 원장은 가끔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하고, 연극에 참여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쁠 때는 매표소에서 표를 팔기도 한다. 스폰서(후원업체)를 찾는 역할을 맡을 때도 있다.
이 원장은 “남자 배우는 모두 고등학교 동문이고 여자 배우만 외부에서 모셔온다”며 “선후배는 모두 ‘형’과 ‘동생’으로 부른다”고 말했다.
이 원장이 연극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럿이 모여 함께 뭔가를 이뤄내기 때문이다. 같이 작업을 하다 보면 서로가 ‘아’ 하면 ‘어’ 할 정도로 눈빛만 봐도 통하게 된다고 전했다. 모두가 친구가 되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게 연극의 장점이라는 얘기다.
타인의 삶을 간접 체험하는 것도 연극만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학자이다 보니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편향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시장도 되고 군사령관 역도 맡는 등 다른 사람의 삶을 체험하는 게 살아가는 데 소중한 자산이 됩니다. 은퇴하면 배우로 살아갈 수도 있어요.(웃음)”
이 원장은 올초 건설기술연구원 본부장과 소장 등 임원 14명을 뽑을 때 연극을 활용했다. 배우를 뽑을 때 시나리오를 주고 연기를 하는 오디션을 도입하는 것처럼 임원 후보들이 분야별 경영계획과 목표 등을 발표하도록 한 것이다.
이 원장은 한양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남극 우주 등 극한 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토목건설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초청으로 미국을 다녀온 것도 이 때문이다. NASA가 2030년 화성에 인간 착륙지를 정하는 콘퍼런스에 참석한 것이다. 그는 과학이 미래 10년을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도 연극의 시나리오처럼 다양한 상상력과 스토리 텔링 기법을 활용해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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