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논문 안써도 창업하면 석사…졸업생 10% 창업가로 키운다

입력 2015-12-01 18:27
혁신 나선 과학기술원…44년 만에 다 바꾼다

4개 과학기술원 '혁신비전 선포식'

독일 아헨공대 등 세계 대학·기업과 긴밀한 연계 통해
현장 중심형 연구로 혁신

창업 메카 미국 스탠포드대 동문기업 2979조원 수익
KAIST 기업은 6조 불과


[ 박근태 기자 ] KAIST가 내년부터 논문 대신 창업 역량을 인정받아 졸업하는 창업석사제도를 도입하고 졸업생 10명 중 1명을 창업가로 키우는 혁신 비전을 발표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광주·전남지역을 연간 9500억원의 부가가치와 61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한국형 실리콘밸리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도 각각 스타기업 20개를 육성하고 지역을 대표하는 세계적 강소기업 10개를 발굴하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네 개 과학기술원은 1일 서울 그랜드앰배서더호텔에서 ‘과학기술원 혁신비전 선포식’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혁신안을 발표했다. 1971년 국내 첫 과학기술원인 KAIST가 설났?뒤 과학기술원이 혁신 기업 발굴, 창업인재 양성 등 경제 효과를 거둘 목적으로 혁신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혁신전략은 과학기술원이 맡아온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나 경제적 가치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강성모 KAIST 총장은 개회사에서 “2008년 이후 선진국, 개발도상국 모두가 저성장에 직면한 상황에서 대학이 좀 더 다양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재 양성에서 대학 혁신 모델로

전문가들은 대학원 교육이 불모지이던 1971년 KAIST가 설립된 이후 GIST와 DGIST, UNIST가 차례로 세워지면서 우수한 연구 인력을 배출해 이공계 석·박사 교육의 성공적 모델로 정착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산학 간 연계고리가 느슨해지면서 1980~2000년대 고도성장 기간의 과학기술원 역할보다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과학기술원의 역할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배경이다.

실제로 미국 스탠퍼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독일 아헨공대 등 세계 유수의 대학은 2000년대 초반부터 산업계 경력이 풍부한 교원을 중심으로 기업과의 긴밀한 연계에 기반한 현장 중심형 연구로 기업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기초연구는 물론 응용기술과 창업의 메카로 자리 잡은 스탠퍼드대는 지난해 동문기업 3만9900개가 벌어들인 수익만 2979조원에 이른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6.7%에 이르는 수치다. 반면 KAIST 동문기업 850개가 벌어들인 매출총액은 6조5000억원에 머문다.

지역 경제 활성화 주도

KAIST는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학사와 석사를 통합해 창업석사를 배출하는 K스쿨을 도입하고 교수와 학생 누구나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이어가는 원스톱 창업 지원 공간인 스타트업빌리지를 학내에 설치하기로 했다.

GIST는 융합기술원을 설립해 지역 기업·기관과 공동으로 스마트 자동차 및 첨단 문화기술을, DGIST는 무학과 단일학부 학사과정을 도입해 융합인재를 기르고 하이테크 기반 기술출자기업 20개를 설립해 스타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UNIST는 10대 지역 대표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20년까지 2차전지, 그래핀, 바이오 3D(3차원)프린터 등 연구 10개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승현 GIST 총장은 “GIST를 비롯한 과학기술원은 우수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한국전력과 현대자동차 등 인근 기업 및 주변에 있는 중소기업 수백개와 연계하면 얼마든지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융합연구 메카를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무영 UNIST 총장은 과학기술원이 지나치게 산업화에 초점을 두고 있어 기초연구가 부실해질 것이라는 일부 우려에 대해 “학교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단을 유치해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고른 투자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비전은 연구를 통해 학교에서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나 특허 등을 학교 밖으로 꺼내 활용하자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게 정 총장의 설명이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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