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産 농·수·축산품 싸진다
[ 고은이 기자 ]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가계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고량주 등 일부 중국산 주류와 공산품, 식품, 농수산물의 관세가 줄어들거나 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 30%의 관세가 붙어 있는 고량주는 매년 관세율이 1.5%포인트씩 줄어들어 20년 후에는 관세가 아예 없어진다.
냉장고와 에어컨 등 중국산 저가 가전제품은 10년 내 관세가 철폐된다. 현재 이들 품목엔 16%의 관세가 붙어 있다. 가전제품 관세가 사라지면 중국산 대형 TV나 냉장고를 ‘해외 직구(직접 구매)’하는 한국 소비자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가전은 한국 브랜드보다 30~50%가량 저렴하다.
중국산 김치가 일반 가정의 식탁에까지 오를 수 있다. 고추, 마늘, 양파 등 양념 채소류와 배추, 무 등은 개방 품목에서 제외됐지만 이들 채소를 이용해 만드는 다진양념(다대기)과 김치의 관세율은 지금보다 낮아진다. 지금도 일반식당 중 90% 이상이 중국산 김치를 쓰고 있는데 한·중 FTA로 이 비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산 소고기 중 육우와 젖소는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된다. 라면은 5 ?뒤 관세가 사라진다. 인삼 가공식품 역시 20년에 걸쳐 서서히 관세가 줄어든다.
중국산 수산물은 수입 품목 1위인 조기와 3위인 갈치가 개방 품목에서 제외돼 시중 가격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수산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새우, 낙지, 바지락의 관세는 20년 동안 점차 사라져 우리 식탁에 더 빈번히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 FTA에서는 한·칠레 FTA의 와인, 한·미 FTA의 자동차처럼 소비생활과 직결되는 민감 품목은 없다. 돼지·닭· 오리 등 주요 축산물과 사과·배·포도 등 과실류, 우유, 계란 등 민간 품목들이 대부분 개방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중국산 스마트폰과 노트북은 지금도 관세가 없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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