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비준] 농어촌 피해 3600억인데 8배나 보상…"이럴 거면 FTA 왜 하나"

입력 2015-11-30 17:55
'1조원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기업들 반발

기존 4700억원 지원 외에 상생기금 포함 2.6조 추가

"FTA 이득·피해 불분명한데 매년 1천억씩 무조건 내야"
FTA 수출효과 반감 우려


[ 심성미 기자 ]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여·야·정 협의체가 FTA로 인해 피해가 예상되는 농어민에게 10년간 총 3조원이 넘는 금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가 지난 6월 산정한 한·중 FTA로 인한 농어업 분야 피해액은 3600억원이다. 실제 피해액의 8배에 달하는 금액을 농어촌에 쏟아붓기로 한 것이다. 더욱이 정치권은 한·중 FTA 비준안을 통과시키는 조건으로 기업들에 ‘10년간 1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농어촌 피해 대책기금으로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가뜩이나 제조업 관세 철폐 효과가 다른 FTA에 비해 미미한 한·중 FTA 효과가 더욱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피해액보다 8배 많은 3조 지원

국회 한·중 FTA 여·야·정 협의체는 30일 국회에서 제4차 전체회의를 열고 ‘한·중 FTA 추가 보완대책’을 확정했다. 밭직불금에 대한 단가 인상, 농어업인에 대한 정책자금 금리 인하 등에 2025년까지 10년간 총 1조6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무역이득공유제의 변형인 농어촌 상생협력·지원사업 기금을 연간 1000억원씩 10년간 총 1조원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우선 밭농업 고정직불금을 현재 ㏊당 25만원에서 내년부터 40만원으로 대폭 인상하기로 했다. 밭직불금이란 정부가 쌀·밭작물 재배면적이나 판매액에 비례해 농민에게 직접 주는 지원금이다. 2020년까지 ㏊당 6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한다. 여기에 2025년까지 투입하는 재정이 총 9000억원에 달한다.

시장 개방으로 타격을 입는 농작물의 가격을 보전해주는 피해보전직불제의 보전 비율도 현재 90%에서 95%로 오른다. 현행 농어업 정책자금 가운데 농어업인 대상 시설자금에 대한 고정 대출금리를 연 2.5%에서 2.0%로 인하하는 데에도 20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이 같은 지원 대책은 실제 피해액보다 지나치게 많다는 게 산업계의 지적이다. 정부가 한·중 FTA로 인해 발효 이후 20년간 농업 분야에서 예상되는 생산 감소액은 총 3619억원(농림업 1540억원, 수산업 2079억원)이다. 정부가 지난 6월 피해보전대책 예산으로 발표한 4783억원에 추가 재정지원 1조6000억원, 농어촌 상생기금 1조원을 더하면 총 3조783억원의 금액이 농어촌 FTA 피해 지원 명분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한·중 FTA 효과 크게 반감

경제계는 한·중 FTA 효과가 크게 반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중 FTA는 타결 당시부터 ‘덜 주고 덜 얻어낸 FTA’라는 평가가 많았다. 농축수산 품목 중 3분의 1을 양허에서 제외하면서 한국의 농수산물 시장을 지킨 대신 중국의 제조산업 분야의 관세 철폐 성과도 크지 못했다. 국제 품목분류 코드 기준 한국의 대중 수출 상위 10개 품목 중 관세 즉시 철폐 품목은 1개뿐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농업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 제조업 시장을 많이 열지 못했는데, 농어촌 상생기금이란 명목으로 준조세 격인 기금까지 출연하게 돼 한·중 FTA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농어촌 상생기금을 향후 ‘누구한테 얼마나 걷을지’도 논란 대상이다. 특정 기업이 FTA 체결로 얼마만큼의 이득을 봤는지 산정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역이익은 관세 인하뿐 아니라 개별 기업의 연구개발(R&D), 경영 혁신, 비용절감 등 내적 요인과 경기, 시황, 환율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다”며 “개별 기업 이익에서 FTA 이익만 따로 산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학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은 FTA로 이득을 본 기업이 아니라 모든 민간기업과 공기업, 농·축협 등이 출연하는 것”이라며 “순전히 자발적인 기부를 통해 기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정석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제팀 연구원은 “소모적인 ‘제로섬 방식’의 무역이득공유제보다는 자체 농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출 활로를 열어주는 게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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