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철 이사장 "2018년까지 건보재정 24조 투입…의료비 부담 확 낮추겠다"

입력 2015-11-30 17:49
취임 1년 맞은 성상철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건보 보장률 68%로 올릴 것…올해만 비급여 지원에 4조 투입
3600만명 가입한 실손보험 손봐…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줄여야


[ 이지현 기자 ]
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서울대병원장을 지냈다. 작년 11월 그가 건보 이사장에 임명되자 노조와 시민단체들이 들고 일어섰다. 국민 편에 서야 할 건보 이사장이 의사 편을 들 것이라며 임명을 반대했다. 하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사사로운 이해관계에 휘둘릴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1년이 지났다. 건보 내부에서도, 시민단체 사이에서도 그런 목소리는 거의 없다. 성 이사장은 “취임 후 항상 국민 편에서 생각하려 했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더 많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애썼다. 올해만 4조원에 가까운 돈을 건보 혜택을 늘리는 데 쏟아부었다고 했다. 그를 만나 1년간의 활동과 계획을 들어봤다.

▷연착륙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건보 이사장에 처음 의사가 임명된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의사였지만 공공기관의 장이 되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죠. 국민, 공급자(의료계), 정부, 국회 등 건강보험을 둘러싼 많은 이해관계자 가운데 항상 국민 편에 서니 모든 게 쉽게 정리가 되더라고요. 매 순간 진정성을 가지고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려 했습니다.”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4대 중증질환(암, 심·뇌혈관, 희귀난치성 질환)과 선택진료비 등 3대 비급여 문제 해결에 올해만 4조원에 가까운 돈을 썼습니다. 작년부터 2018년까지 합치면 24조원이 들어갈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현재 62%인 건강보험 보장률이 68%까지 올라가 국민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보장률 68%가 높은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보장률 68%면 남은 32%를 국민이 부담한다는 얘기입니다. 선진국 수준인 80%는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건강보험에서 돈을 쏟아부어도 의료기관이 보험혜택이 안 되는 비급여 치료를 확대하면 보장성은 떨어집니다. 또 전체 병원에서 공공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율이 10%도 안 되는 현실에서 비급여 진료를 통제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실손보험 대책은 무엇입니까.

“실손보험 가입자가 3600만명을 넘어섰고 가구당 월평균 34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있습니다. 건강보험혜택이 커지면 실손보험사의 부담이 줄어듭니다. 보험사들은 환자 본인이 낸 의료비에 대해서만 보험혜택을 주기 때문입니다. 실손보험은 의료 사용도 부추깁니다. 그러면 실손보험료를 낮추는 것이 정의로운 것이지만 보험사 스스로 그렇게 나서지 않고 있다. 따라서 실손보험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건강보험 흑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누적 흑자가 13조원 정도입니다. 하지만 많은 금액이 아닙니다. 의료기관에 주는 돈으로 보면 2개월분 정도밖에 안 됩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국가적 재난이 닥치면 순식간에 소진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법적으로 한 해 급여비의 50% 이상을 적립하도록 돼 있지만 34%에 불과합니다. 보장성 강화 계획 등을 차질 없이 진행하려면 국고 지원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야 합니다.”

▷내년 중점 사업은 무엇입니까.

“건보공단은 국가의 단일 보험자입니다. 하지만 보험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자세히 알 수도 없고, 제대로 사용됐는지 평가도 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새는 돈이 막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퇴직하면 직장에 다닐 때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하는 왜곡된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개선하는 문제도 시급합니다.”

▷또 다른 사업 계획이 있습니까.

“전자건강보험증 시범사업을 할 계획입니다. 병원이 주민등록번호로만 본인 확인을 하기 때문에 이를 도용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전자보험증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최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노사합의를 마쳤습니다.

“건보공단은 사무직 최대 규모인 1만1000명의 조합원이 가입한 노동조합이 있습니다. 이?조합이 임금피크제 도입에 동의해준 것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의사로서는 스스로 어떻게 평가합니까.

“40년 정형외과 의사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환자에게 멱살을 잡힌 적이 없습니다. 환자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가 아들인 이건희 회장에게 적어준 두 글자가 ‘경청(傾聽)’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도 항상 이 말을 명심하고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 신경 쓰고 있습니다.”

성상철 이사장은…

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67) 집안은 3대째 의사를 하고 있다. 부친 고(故) 성수현 원장은 서울대 의대 1회 졸업생으로 경남 거창군에서 50년 넘게 자생의원을 운영했다. 아들 용원씨는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흉부외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아들이 의사가 되겠다고 하자 성 이사장은 이런 말을 해줬다고 한다. “남들 공부하는 만큼 해서 공부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고 남들 참을 만큼 참았다고 해서 참는 게 아니다.”

성 이사장은 국내 무릎관절 수술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환자가 웃어야 치료 효과도 좋다”고 믿는 의사다. 의료계에서 거칠기로 유명한 정형외과 의사지만 그의 주변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2002년 분당서울대병원장, 2004년 서울대병원장을 맡아 경영수업도 했다. 2010년에는 대한병원협회장을 지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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