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문안박' 연대 거부…'혁신전대' 역제안
안철수 "감동·파격 만들기엔 역부족…더 담대하고 근본적 변화 필요"
문재인 "연대 제안 수용 안돼 안타까워…당내 의견 더 듣고 판단하겠다"
당내갈등 재점화 가능성
비주류 "문대표 결단 내려야"…주류 "혁신안 무력화" 격앙
[ 손성태 기자 ]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29일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부를 꾸리자는 문재인 대표의 제안을 거절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안·박 연대만으로는 우리 당의 활로를 여는 데 충분하지 않다”며 “당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진실로 모두가 화합하는 감동과 파격을 만들기에 부족하다. 더 담대하고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문·안·박 연대를 대신해 내년 1월 중 혁신전당대회를 열자고 역제안했다. 이 제안은 당내 비주류 측이 주장해온 문 대표 사퇴 및 공천혁신안 폐기와 맞물려 있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안 전 대표는 1단계로 혁신전대를 연 뒤 2단계로 원외 천정배 신당 등과의 통합을 추진해 ‘통합적 국민저항 체제 구축’ 등 단계적 해법도 내놨다.
그는 “혁신전대에는 문 대표와 저를 포함한 모든 분이 참여해 혁신의 구체적 내용과 정권교체의 비전을 가지고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7년 정권교체를 생각하기에는 2016년 총선 전망조차 암담하다”며 “지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것을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와 결단으로, 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결단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안 전 대표가 제안한 방안에 대해서는 당내에서 좀 더 의견을 들어보고 최고위원회 등에서 의견을 듣고 난 뒤에 판단하겠다”고 입장을 유보했다.
전날까지 계파 간 세 대결 양상으로 치달았던 문·안·박 연대가 무산되면서 잠복했던 당내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안 전 대표가 자신을 포함해 모두가 출마하는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하면서 새로운 당권 경쟁의 불씨를 댕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주류는 안 전 대표의 거부를 반기면서 문 대표의 수용을 촉구하고 나섰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문·안·박 리모델링으로는 돌아선 민심을 돌이키기 힘들다”며 “이제는 문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전대에서 문 대표와 경쟁한 박지원 의원은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안 전 대표의 고언은 당에 마지막 희망과 애정을 가진 분들의 소리 없는 절규”라고 환영했다.
하지만 당내 주류 측에서는 문 대표의 재출마를 비롯해 시기적으로 전대 개최가 가능하겠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주류 측 한 의원은 “혁신 경쟁을 통해 새로운 리더를 뽑자는 것인지, 혁신위원회가 수개월간 공들인 공천 혁신안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인지 진위를 알 수 없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측근은 “이렇게 걷어찰 것을 왜 열흘 넘게 시간을 끌었는지 모르겠다”며 “안 전 대표가 요구하는 것은 문 대표가 물러나고 공천 혁신안도 백지화시키자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당내 중도파로 분류된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전대를 하면 당이 지나친 계파 싸움으로 갈 수 있어 문·안·박과 광역단체장을 포함한 합의 추대를 통해 지도부를 꾸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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