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세금혜택 누리는 ISA 가입대상 늘려야 하나

입력 2015-11-27 18:34
[ 송형석 기자 ]
정부가 내년에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비과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국회 심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ISA의 가입 범위를 놓고 여당과 야당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서다.

새누리당 금융개혁추진위원회와 정부는 27일 오전 당정 회의를 열고 내년 초 선보이는 ISA의 가입 대상을 확대하고 비과세 한도도 올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ISA의 가입자를 근로소득자와 사업소득자로 한정하고 있는 현 정부안으로는 ISA의 저변 확대가 힘들다는 금융투자업계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ISA의 가입 대상을 늘려주면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세금 혜택이 필요 없는 고소득층에만 혜택이 집중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저축 여력이 부족한 서민들은 매년 2000만원(ISA의 연간 가입한도)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게 야당 의원들의 설명이다.

ISA는 일종의 ‘만능통장’이다. 하나의 통장으로 예금과 적금, 펀드 등 여러 상품에 가입해 운용할 수 있다. 여기서 벌어들인 이자나 배당수익에 대해선 200만원까지 세금을 내지 않는다. 200만원이 넘는 이익에 대해선 9.9%의 세금을 매긴다. 정상적인 이자소득세율인 15.4%보다 세율이 크게 낮다.

찬성 / 저금리·낮은 저축률…문턱 낮춰야 진정한 ‘만능 국민통장’ 자리매김

부자 제외는 불가능…소득 등 가입조건 완화해야

정부가 발표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 도입과 관련, 가입 범위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영국(ISA), 캐나다(TFSA), 일본(NISA) 등과는 달리 원칙적으로 직전 연도에 근로소득 등이 있는 거주자만이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을 밑도는 저축률,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가 고착화된 한국 경제의 현실 등을 감안할 때 한국형 ISA의 가입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

우리보다 먼저 ISA를 도입한 영국, 캐나다, 일본 등은 국민의 재산 형성을 우선시한다. 특정 연령에 도달하면 누구나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소득이 있는지 없는지, 많은지 적은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또한 인출에 제한이 없도록 함으로써 저소득자들도 거부감 없이 이 제도를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형 ISA 제도는 해외와 구조가 반대다. 가입 연령에는 제한이 없지만, 직전 연도에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있는 거주자만이 가입할 수 있다. 그나마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가입 대상이 아니다. 또한 5년간 저축투자 자금을 인출할 수 없다.

한국형 ISA의 폐쇄성은 ‘만능 국민통장’을 기대했던 정부 계획을 망가뜨릴 가능성이 높다. 정부안에 따르면 소득이 없는 국민은 예외 없이 모두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가정주부, 프리랜서, 은퇴자, 농어민, 일용노동자 등 상당수 국민이 한국형 ISA 제도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출발선에서부터 ‘국민통장’이 될 수 없도록 설계돼 있는 셈이다.

명문화되지 않았지만 나이 제한도 있다고 봐야 한다.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가 근로소득자인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5년간 인출을 제한한다는 점도 문제다. 그나마 근로소득이 있는 근로자도 가입을 꺼릴 수밖에 없다.

고소득자에 대한 혜택을 줄이기 위해 금융소득종합과세자는 제도를 이용할 수 없도록 했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자가 아닌 고소득자도 많다. 오히려 이런 고소득자가 한국형 ISA 제도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5년간 매년 2000만원을 저축할 수 있고, 금융소득에 대해 비과세와 분리과세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부자들을 완전히 격리시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정부가 국민의 재산 형성 지원을 목적으로 전격 한국형 ISA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대단히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좁은 가입자 범위, 저소득층에 불리한 인출 제한 등은 아쉬운 부분이다.

가입 대상자를 이런 방식으로 제한한 이유가 국가 재정상의 문제 때문이라면 다른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기존의 방만한 비과세제도를 과감히 정리하고 세제 혜택은 한국형 ISA로 통일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만하다.

‘부자감세’ 논란도 잘 따져봐야 한다. 고소득자를 굳이 골라내야 한다면 연간 소득을 기준으로 고소득자를 가입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낫다. 금융소득만으로 노후를 꾸려 가는 은퇴자가 종합소득과세 대상자라는 이유로 ISA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연간 소득이 기준이 되면 제도 설계도 쉬워진다.

한국형 ISA를 모든 국민이 참여하는 진정한 ‘국민통장’이 되도록 하는 것이 국민 경제 발전의 밑거름을 두텁게 하는 길이다. 국회와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요구된다.

반대 / 일정한 소득이 있는 사람만 혜택…소외자 박탈감 우려, 확대 신중해야

특정 납세자 우대하거나 불리하게 차별해선 안돼

정부는 지난 8월 세법개정안을 마련하면서 근로자 및 자영업자의 재산 형성 지원을 위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과세특례 조항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핵심 내용을 보면 가입 대상자는 근로소득자나 사업소득이 있는 자영업자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연간 이자나 배당소득의 합계액이 2000만원을 넘는 자)는 제외된다. 가입금액은 연간 2000만원 한도며 가입기간은 5년간 유지돼야 한다.

이럴 경우 ISA 계좌의 운용수익 중 200만원까지는 비과세하고 그 이상은 9%로 분리과세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2000만원의 소득이 있다면 현행 세법상 308만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지만 ISA 제도를 이용하면 130만원이 줄어든 178만원 정도만 납부하면 된다.

정부의 입법 취지는 현행 재형저축(비과세)과 소득공제장기펀드(납입액의 40% 소득공제)를 장차 ISA로 통합 재설계해 저소득 근로자나 자영업자들에게 세금 부담을 줄여 주자는 것으로 鎌巒홱?

이를 두고 가입 대상자나 가입 한도액의 확대 및 비과세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이 제도의 도입으로 오히려 소득 불균형을 재촉할 수 있으며 또 다른 ‘부자감세’라는 주장도 있다.

조세제도는 기본적으로 조세평등주의 입장에서 설계돼야 한다. 즉 조세의 부과와 징수는 납세자의 담세 능력에 상응해 공정하고 평등하게 이뤄져야 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의 납세자를 우대하거나 또는 불리하게 차별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특정 납세자에 대해서만 감면조치를 하는 것이 현저하게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한 조치라고 인정될 땐 조세평등주의에 반(反)해 위헌이 될 수 있다.(헌법재판소 2006헌바71)

그렇다면 ISA 제도는 조세평등주의와 거리가 먼 제도일까. 그렇지는 않다. 헌법재판소도 조세감면의 혜택을 부여하는 입법을 함에 있어서 그 입법목적, 과세 공평 등에 비춰 그 범위를 결정하는 것은 입법자의 광범위한 재량행위에 속하고, 재량의 범위를 뚜렷하게 벗어나 자의적이거나 임의적인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사실 ISA 제도는 이미 비과세가 되고 있는 금융상품을 한데 모아서 관리하는 측면도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정당화할 만한 합리적인 사유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입 대상자나 가입 금액을 확대하는 것은 괜찮을까. 여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세법은 동일한 소득은 원칙적으로 동일하게 과세돼야 하고(수평적 공평), 다른 한편으로 소득이 다른 사람들 간의 공평한 조세부담의 배분(수직적 공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조세평등주의 원칙의 일부를 훼손하고서라도 공평 과세의 관점보다는 경제의 안정과 회복에 우선을 두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ISA 제도는 일정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있는 사람들이 혜택을 볼수 있는 제도다. 다시 말해 소득이 적은 사람들은 누릴 수 있는 혜택 폭이 크지 않다. 결과적으로 저소득자들에게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가입 대상자나 가입 금액을 확대하면 고소득자에게 더 유리해져 계층 간 공평성을 기하는 데 저해될 수도 있다. 가입 대상자나 금액을 확대하는 것에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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