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역간 업무영역 다툼
감정평가사 손 들어줘
[ 양병훈 기자 ] 감정평가사가 아닌 공인회계사는 회계처리를 위한 것이라도 부동산 가치평가를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두 직역 간 업무 영역 다툼에서 대법원이 감평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삼정KPMG어드바이저리의 정모 전 부대표와 송모 전 상무가 “감평사가 아님에도 불법으로 부동산 가치평가 업무를 했다”고 기소된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 항소부로 27일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2심)에는 공인회계사의 직무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 전 부대표 등은 회계사며 감평사 자격은 없다. 삼정KPMG어드바이저리는 기소 당시 삼정KPMG의 자회사였고 지금은 모회사로 통합됐다.
2009년 삼정KPMG어드바이저리는 삼성전자의 의뢰를 받아 서울 서초동 사옥 부지 등 부동산 자산 재평가를 했다. 삼정KPMG어드바이저리는 장부가액 3조4000억원 상당의 자산을 7조2000여억원으로 재평가하고 용역비 1억5400만원을 받았다. 삼성전자가 이 업무를 삼정KPMG어드바이저리에 위탁한 건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부동산 가치를 장부가액이 아닌 공정가치로 회계처리하기 위해서였다.
한국감정평가협회는 “감평사만 부동산 가치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한 부동산공시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정 전 부대표 등을 형사 고발했다.
이 사건 2심은 정 전 부대표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공인회계사의 정당한 직무 범위로 ‘회계에 관한 감정’을 포함한 공인회계사법 2조가 그 근거였다. 당시 2심을 맡은 서울북부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호건)는 “K-IFRS 도입에 따른 회계 목적의 감정평가는 법이 허용한 회계에 관한 감정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3심 재판부는 “공인회계사법이 정한 회계에 관한 감정이란 기업이 작성한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등 회계서류에 대한 전문적 회계지식과 경험에 기초한 분석과 판단을 보고하는 업무를 의미한다”며 “부동산 감정평가는 회계서류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나 경험과는 관계가 없어 회계에 관한 감정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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