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박 대통령, 2대 걸쳐 껄끄러운 인연에도…

입력 2015-11-23 18:53
● 손 여사 손 잡고 애도

26일 국회 영결식에도 참석
전·현직 고위인사 조문행렬


[ 장진모/박종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오후 2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참석 등 7박10일간 다자외교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전 6시10분 서울공항에 도착한 지 8시간 만이다. 이병기 비서실장, 현기환 정무수석, 정연국 대변인이 수행했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박 대통령은 빈소 앞에서 분향과 헌화를 한 뒤 잠시 묵념을 하고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두 손을 잡고 위로했다.

현철씨는 “대통령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고 인사를 했고, 박 대통령은 “장지도 잘 이렇게…”라며 예우를 갖춰 장례식을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빈소 내 가족실로 이동해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의 손을 잡고 애도의 뜻과 추모의 말을 전했다고 청와대 측은 밝혔다. 박 대통령이 빈소에 머문 시간은 약 8분이다. 박 대통령은 오는 26일 오후 2시 국회의사당에서 진행되는 영결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직접 조문을 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박 대통령은 남덕우 전 국무총리(2013년 5월),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부인이자 자신의 사촌언니인 박영옥 여사(2015년 2월)가 별세하자 빈소를 직접 방문했다. 또 작년 4월 경기 안산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바 있으며, 올해 3월에는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 국장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은 껄끄러운 관계였다. 김 전 대통령이 퇴임 뒤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현철씨 출마 문제로 관계가 더 악화됐다.

박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고 있을 때인 2012년 4·11 총선에서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이었던 현철씨가 경남 거제 공천에서 탈락하자, 김 전 대통령은 격분했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은 2012년 7월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김문수 후보를 격려하는 자리에서 박 대통령을 겨냥해 “아주 칠푼이다. (경선이 시작되면) 별것 아닐 것”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전·현직 고위인사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정운찬 전 총리는 조문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거산(巨山·김 전 대통령의 호) 선생님이 안 계셨다면 한국에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있었겠느냐”며 고인을 회고했다.

김황식 전 총리는 “원칙에 충실하고 바른길이라면 좌우 살피지 않고 앞으로 나가는 모습을 후학들이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김이수·서기석 헌법재판관 등 법조계 인사와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 김종구 전 법무부 장관, 류우익 전 통일부 장관 등 전·현직 관료들도 빈소를 찾아 추모했다.

장진모/박종필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