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해외국채 '중개'
불완전판매 논란 끊이지 않아
금융당국 '공식 판매' 허용 추진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 면제 하고 투자 위험 '설명 의무' 부과
증권사 '책임' 물을 수 있게
[ 이유정 기자 ] ▶마켓인사이트 11월23일 오후 4시33분
이르면 내년부터 신용등급이 우수한 국가가 발행한 국채를 증권사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증권사의 ‘중개’ 형태로 이뤄지던 해외 국채 거래가 ‘공식 판매’로 양성화돼 투자자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증권사의 구조화상품 설계가 활기를 띠고 수요자들의 투자도 다변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3일 “미국 등 신용등급이 우수한 국가가 발행한 국채에 대해 국내 판매를 위한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면제해주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회사로부터 특정 등급 이상을 받은 우량국의 국채는 투자 위험을 상세히 적은 증권신고서를 내지 않아도 합법적인 판매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등급 기준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결정할 계획이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발행인이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금융투자상품만을 50인 이상의 불특정다수에게 권유·판매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정부가 한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국내 증권사들이 미국 국채를 개인 투자자들에게 권유·판매할 수 없다.
증권사들은 이런 제약 때문에 매입을 원하는 고객이 요청할 때만 상품을 구해주는 형식으로 해외 국채를 중개해왔다. 이 같은 중개업무는 소비자에게 투자 위험을 충분히 알리거나 불완전판매에 대해 책임져야 할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판매’와 구분된다. 따라서 증권사 중개로 해외 채권을 사들인 개인투자자들은 관련 법령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현행법이 ‘무늬만 중개’일 뿐 실제로 권유를 통해 판매되고 있는 채권상품들을 일일이 감독하는 데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해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우량 해외 국채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판매할 수 있게 되면 굳이 문제가 될 수 있는 비우량 해외 국채를 중개할 이유가 없어진다”며 “판매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한 설명 의무가 부과되고 감독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우량 해외 국채 판매가 합법화되면 ‘제2의 브라질 국채’ 사태 발생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고수익 재테크상품’으로 주목받으며 2011년 이후 7조원어치가 팔려나간 브라질 국채는 최근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헤알화가치 폭락으로 투자자들의 잠재적 손실이 불어나고 있다.
투자자들은 ‘환율 리스크’에 대한 증권사의 불완전판매 책임을 주장하고 있지만 중개가 아니라 판매였다는 점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증권업계는 상품 다변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우량국 국채는 수익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직접투자 수요가 많지 않지만 환율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매력적인 상품이 될 수 있다”며 “직접투자 이외에 머니마켓펀드(MMF),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다양한 구조화상품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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