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자 충돌로 원자핵 깨뜨리면 연쇄반응…1초 10억번 핵분열…엄청난 열에너지 생성

입력 2015-11-20 20:59
원자력은 에너지다 2부 - (3) 원자와 핵분열


원자력 발전소는 핵분열이라는 과학의 세계에 있다. 핵분열을 이해하기 위해선 원자에 대해 알아야 한다. 원자는 영어로 아톰(atom)이라고 한다. 그리스의 아토모스(atomus)에서 유래했다.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다는 뜻을 가졌다. 고대 지식인들은 자주 ‘물질은 무엇으로 이뤄져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풀려고 노력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흙 공기 물 불 4가지 재료로 세상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데모크리토스는 만물은 물론 영혼까지도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로 이뤄져 있다고 했다. 당시 과학기술로는 입증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당시엔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이 주류설로 받아들여졌다.


아리스토텔레스 4원소설

원자가 과학적으로 증명되기 시작한 것은 한참 뒤인 18세기다. 공기는 산소와 질소로 물은 수소와 산소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은 소설로 끝났다. 돌턴이라는 이름을 기억하자. 영국 과학자였던 그는 ‘만물을 쪼개면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가장 작은 알갱이인 원자가 남는다’는 이隙?냈고 오늘날 원자론의 바탕이 됐다.

돌턴 이후 과학자들은 원자에 꽂혔다. 원자는 전자 양성자 중성자로 사실도 밝혀졌다. 원자를 보면, 중심인 원자핵에 양성자와 중성자가 자석처럼 붙어 있다. 주변에는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빠르게 운동하는 전자가 있다. 전자는 전기적으로 음(-)의 성질을 띤다. 매우 가볍다. 양성자는 양(+)의 성질을 띤다. 원자에는 양성자와 전자는 같은 수로 존재한다. 결국 원자는 중성의 성질을 갖는다. 이것을 발견한 것이 골드스타인이라는 과학자다. 양성자는 원자핵의 존재를 밝힌 러더퍼드가 붙인 이름이다. 러더퍼드는 원자핵의 질량이 양성자 질량의 두 배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영국 과학자 채드윅은 중성자를 발견했다. 전기적으로 중성을 지니는 중성자 수는 대체로 양성자 수와 같지만 다른 경우도 있다.

세상만물을 만드는 원소(산소 수소 같은)는 92개다. 원소는 원자번호로 알 수 있게 정리했다. 원자번호는 원소가 가진 양성자의 개수로 정해진다. 양성자가 1개인 수소가 1번이다. 2개인 헬륨이 2번, 92개인 우라늄이 92번이다. 질량수는 매우 가벼운 전자를 뺀 양성자 수와 중성자 수를 더한 것이다. 질량수는 양성자의 수가 같아 화학적 성질이 같지만 중성자 수가 다른 경우에 적용된다.

원자 10억개가 있어야 1m

원자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가장 작은 원자인 수소의 경우 100억개를 일렬로 세워야 겨우 1m 길이가 된다. 원자가 축구 경기장이라면 원자핵은 가운데 놓인 공 크기이고 전자는 관람석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개미 크기다. 원자핵 속에는 핵력이 있다. 양(+)의 전하를 띤 양성자만 있으면 같은 극끼리 서로 밀어내 원자핵을 이루기 쉽지 않다. 중성자가 함께 묶여 있어 핵력을 유발한다. 원자핵이 안정된다. 이 핵력은 생각보다 강력해서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전자기력보다 100배 이상 크다. 양성자와 중성자의 결합시키는 힘이 핵력인 셈이다. 원자력 발전은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이 핵력을 이용한다.

핵분열을 설명할 순서가 됐다. 빠른 속도로 운동하는 중성자를 특정 원소에 충돌시키면 된다. 그러면 원자가 그 중성자를 흡수하거나 가지고 있던 양성자를 방출하면서 다른 원소로 변한다. 핵분열은 궁금증에서 나왔다. ‘가장 무거운 원소인 92번 우라늄보다 더 무거운 원소는 없을까.’ 과학자들은 우라늄 원소에 중성자를 충돌시켜봤다. 하지만 우라늄보다 더 무거운 원소가 생기지 않고 우라늄 원자핵이 두 개로 갈라지는 것을 발견했다. 핵이 분열한 것이었다. 이때 어마어마한 열이 발생했다. 바로 원자력 발전소의 기초가 되는 에너지다. 참고로 핵분열은 우라늄-235(양성자 92개+중성자 143개)만 일으킨다. 양성자 수가 같지만 중성자수가 다른 동위 원소인 우라늄-238(양성자 92+중성자 146개)은 안 된다.

핵폭탄처럼 폭발 안 해

열은 어떻게 발생하는 것일까. 과학자들은 핵분열 뒤 원자핵의 질량을 재봤다. 핵분열 전과 차이가 있었다. 질량이 작아진 것. 전문용어로 질량결손이라고 부른다. 이 결손을 질량과 에너지의 상호변환이 가능하다는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원리(E=MC2)’에 대입해봤다. 핵분열로 사라졌던 질량과 생겨난 에너지의 양이 정확하게 일치했다.

원자핵이 분열하면 어떻게 엄청난 열이 발생할까. 과학자들은 이 과정을 알아야 했다. 우라늄이 분열할 때 일부 질량이 에너지로 변하긴 하지만, 두세 개의 중성자도 나온다. 우라늄을 분열시킬 때 중성자로 때려줘야 하는 이 반응은 굉장히 짧은 순간에 일어난다. 10억분의 1초다. 새로운 중성자가 없으면 이런 반응은 한 번으로 그치고 만다. 이때 바로 새로 생겨난 중성자가 다른 우라늄 핵을 분열시킨다. 이런 식으로 기하급수적으로 핵분열이 일어나면 순식간에 10억번의 반응이 나타난다. 연쇄반응이다. 연쇄반응을 통해 엄청난 에너지가 생긴다. 이 에너지를 폭탄이 아니라 전기를 만드는 에너지로 바꾼 것이 바로 원자력 에너지다. 적절한 제어기술과 관리기술을 우리나라는 확보하고 있다. 핵폭탄은 우라늄-235가 90% 이상 포함된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하지만, 원자력 발전소는 2~5%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해 핵분열이 지속적으로 서서히 일어나도록 제어한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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