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잉여현금흐름 17조 전망…40% 배당땐 주당 3만원 가능
중국 메모리반도체 공격 투자에 설비 투자로 '맞불' 가능성도
[ 윤정현 기자 ]
대규모 자사주 매입과 소각으로 ‘주주가치 높이기’에 나선 삼성전자가 배당도 늘릴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배당을 확대하면 투자 여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영업이익 하락세가 멈춘 데다 현금흐름이 좋아 투자와 배당금 증액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0.31% 하락한 128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29일 11조3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 전량 소각한다는 계획을 밝힌 뒤 주가는 140만원 근처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지난 16일 130만원 아래로 내려앉은 이후 줄곧 120만원대를 맴돌고 있다.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업체의 약진으로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와 중국 대규모 반도체 설비투자 등이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이 진행 중인 계열사 구조조정이 미칠 영향과 휴대폰, 메모리반도체 등 주요 사업의 불확실성 때문에 주가가 주춤거리고 있다”며 “하지만 시장의 기대를 넘어선 주주환원책은 새로운 삼성을 구축하기 위한 장기적 변화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삼성전자의 안정적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이 주주환원책 강화를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벌어들인 현금에서 각종 비용과 세금, 설비투자 비용을 빼고 남은 돈을 말한다. 이 증권사는 삼성전자의 잉여현금흐름이 올해 말 11조6760억원에서 내년 말에는 17조920억원, 2017년 말에는 18조444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잉여현금흐름 가운데 40%를 현금으로 배당하면 보통주를 기준으로 내년엔 주당 3만원, 2017년엔 4만원을 지급할 수 있다”며 “1%대에 머물던 배당수익률이 각각 2.3%와 3.1%까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3년간 30~50%의 현금을 주주환원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주주환원책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투자 수요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올해 3세대(48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한 삼성전자는 내년에 64단까지 적층수를 높일 계획이다.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는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 개의 칩에 여러 기능을 넣는 통합칩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진입한 중국의 공격적인 투자도 위협적이다. 지난달 미국 낸드플래시업체 샌디스크를 인수한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최근 120억달러(약 13조6500억원)를 들여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우려에 대해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감소세를 멈춘 무선사업부를 기반으로 배당금 증액 등 주주친화책 강화와 투자 확대를 한꺼번에 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 연구원은 “지난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 등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만 69조7000억원에 달하고 연간 10조원 이상의 잉여현금흐름이 발생하고 있다”며 “예년처럼 매년 10조원가량을 반도체설비에 투자하더라도 대규모 주주환원책을 펴는 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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