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연봉 등 현실적인 지원 동기가 많아
[ 안혜원 기자 ] "승무원 취업 준비를 위해 3개월 전 진주에서 올라왔어요. 승무원 취업 학원 인근 고시원에서 지내면서 낮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저녁에는 수업을 수강하며 승무원 면접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모 승무원 학원. 이 곳에서 만난 이현조 씨(25)는 지방에서 올라와 승무원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기자가 찾아간 승무원 학원가는 겨울비가 내리는 싸늘한 날씨에도 취업 준비생들의 열기로 후끈했다. 이미 승무원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법한 쪽머리에 흰셔츠 차림의 단정한 옷차림을 갖춘 지망생들이 끊임없이 학원 문을 넘나들고 있었다.
이 씨에게 왜 승무원을 꿈꾸는지 물었다. 그는 "승무원 준비를 하기 전에 고향에서 취업 활동을 해봤지만 지원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지 않았다"면서 "지방에는 여성 일자리가 적고 설령 일자리를 구한다 해도 처우가 열악한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 일자리로는 높은 연봉과 복지 등이 승무원 직을 희망하게 된 이유"라고 덧붙였다.
학원가에는 이 씨와 비슷한 승무원 준비생이 많았다. 이씨는 "서울에서 승무원 취업 준비를 하며 알게 된 지망생 친구 중 포항, 제주 등 다른 지역에서 온 친구들이 몇몇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박모 씨(26·여)도 취업난 속에서 승무원 채용에 눈을 돌렸다. 그는 "일반 기업체 취업을 준비하다가 쉽지 않아 승무원 직에도 함께 지원을 시작했다"며 "여성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에서 한 해에 수백 명씩 뽑는 승무원 직 취업이 승산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원자 박유나 씨(23)는 승무원 직을 희망하게 된 첫 번째 이유로 연봉을 꼽았다. 그는 "졸업 후 한 달에 140만원의 급여를 받는 일반 사무직으로 6개월 정도 일했다"면서 "급여 수준이 낮아 생활이 어려워 이직을 생각하던 중 비교적 연봉이 높은 승무원 직을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항공사 승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모 씨(28)에 따르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의 여성 승무원 초봉은 연봉 기준 3400만~4000만원(상여금·수당 포함)이다.
양질의 여성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 속에서 승무원 지원 경쟁률은 꾸준히 높다. 지난 6월 진행된 대한항공 승무원 채용의 경우 지원자 경쟁률은 약 100대 1에 달했다. 지난 10월부터 진행 중인 이스타항공의 경쟁률은 무려 168대 1에 육박한다. 지난 7월 진행된 에어부산의 경쟁률은 133대 1, 제주항공의 경쟁률은 55대 1을 기록했다. 제주항공을 제외한 대부분의 항공사 승무원 채용 경쟁률은 100대 1 이상이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승무원 근속 10년 차 이상이면 사내 다른 일반 사무직보다 연봉이 높아진다"며 "연봉과 각종 복지 혜택이 승무원 지원율을 높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항공사를 대표하는 이미지를 가진 직업이라는 자부심도 지원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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