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 매우 느리고 점진적으로"

입력 2015-11-19 19:13
FOMC 10월 회의록 보니

12월 금리인상 조건 충족될 것…인상 시기보다 속도가 더 중요


[ 박수진 기자 ]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다수가 12월 금리 인상에 찬성하면서 이후의 금리 인상은 매우 느리고 점진적이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시장은 첫 금리 인상이 연내 이뤄질 것이라는 점보다 이후 인상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데 주목했다. 19일 아시아 증시와 전날 뉴욕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月경제지표보다 장기추세 봐야”

미국 중앙은행(Fed·의장 재닛 옐런·사진)이 지난 18일 공개한 10월 FOMC 회의록에 따르면 대다수 위원은 회의에서 “지금 추세를 감안할 때 다음 회의(12월) 때는 고용과 물가지표가 금리 인상 조건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2008년 12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연 0~0.25%)으로 낮춘 뒤 7년 동안 한 번도 금리를 조정하지 않았다.

FOMC 위원들은 10월 맛?때 금리 인상 시기와 향후 조치에 대해 일부 이견이 있었지만 상당한 수준의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확인됐다. Fed는 금리 동결을 결정한 10월 FOMC회의 직후 발표한 성명서에선 “다음 회의 때 금리 인상이 적절한지 판단하기 위해 앞으로 나오는 고용과 물가지표, 이들의 예상치를 종합 평가하겠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회의록을 보면 대다수 위원이 금리 인상 시기를 판단할 때 각종 경제지표는 ‘월간 단위’가 아니라 ‘장기 추세’로 읽어야 하며, 12월이 되면 지표가 금리 인상 조건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또 12월 금리 인상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초장기 저금리 유지로 인한 시장 왜곡 현상을 해소하며 △Fed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추가 금리인상 점진적”

FOMC 위원들은 성명서에 금리 인상 시기를 ‘다음 회의’라고 적시할 것을 요구해 관철시켰으며, 이는 “현 상황을 뒤집을 만한 지표가 나오지 않으면 12월 금리인상을 기대하는 게 적절하다는 신호를 시장에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원들은 또 “첫 금리 인상 시기보다 금리 조정 속도가 더 중요하고, 이 점을 금리 조정 때 시장에 강조해야 한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이는 금리를 올리더라도 2004년처럼 회의 때마다 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리는 방식은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동안의 전망과 일치한다.

이날 회의록 발표를 앞두고 상승 출발한 뉴욕증시는 추가 금리 인상 속도가 매우 점진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확인되면서 장중 상승폭을 확대했다.

◆고용·물가지표 등도 인상론 뒷받침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은 10월 회의 후 나오는 각종 지표도 12월 금리 인상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6일 고용지표에 이어 17일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동월 대비 0.2% 상승하며 전달의 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7월과 10월 회의 때 금리 인상을 주장했던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파리) 테러가 경제에 미칠 충격은 일시적이고, 고용시장도 유휴인력이 줄어드는 등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도 뉴욕 강연에서 “경제 여건이 크게 악화하지 않는다면 곧 제로금리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FOMC 부의장인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금리 인상은 미국 경제가 실제로 건강해지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