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0조원 '면세점 혈투'
한 해 1400만명 넘는 관광객 방한…5년간 61% 늘어…절반은 요우커
매년 두자릿수 성장…세계 최대시장
올 신규 사업자 잇단 진입으로 기존 롯데-신라 '2강체제' 지각변동
신세계-한화-두산 가세 '빅5'로 재편
[ 김병근 기자 ]
올해 재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로는 단연 면세점(duty free shop)이 꼽힌다. 상·하반기 두 번에 걸친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에 롯데 현대백화점 신세계 등 유통 강자를 비롯해 SK 두산 한화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열띤 경쟁을 벌였다.
지난 7월 삼성그룹 계열사 호텔신라와 범(汎)현대가인 현대산업개발이 합작사(HDC신라면세점)를 설립해 신규 사업자로 선정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대기업 간 진검승부는 지난주에 또 한 차례 벌어졌다. 관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올해부터는 면세점 특허(특별허가)가 만료될 때마다 ‘제로베이스’에서 사업자를 재선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서울 3곳, 부산 1곳의 면세사업자에 신청한 그룹 오너들이 경쟁적으로 사재를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치열한 경쟁은 기본적으로 면세점 시장이 급성장 構?있어서다. 한국의 면세점 시장은 2010년 4조5000억원, 2011년 5조3000억원, 2012년 6조3000억원, 2013년 6조8000억원에 이어 지난해엔 8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만에 22% 신장했다. 올해는 사상 첫 10조원대 진입 가능성도 점쳐진다. 면세점 업계 한 관계자는 “백화점과 마트 등 기존 유통 채널의 성장세가 둔화한 가운데 면세점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급부상했다”며 “올해 국내 면세점 시장은 10조원 문턱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2010년 이래 5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시장규모가 커진 셈이다.
한국 면세점시장의 급신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덕분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 여행 온 외국인 관광객은 1420만1516명을 기록했다. 한 해 전 1217만5550보다 16.6% 증가한 규모다. 5년 전인 2010년(879만7658명)에 비해서는 61% 불어났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요우커는 612만6865명으로 전년 432만6869명보다 41.6% 늘었다. 요우커가 전체 외국인 관광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43.1%에 달한다. 국가별로는 가장 많은 수준이다. 올해 1~9월 방한 요우커 수는 메르스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한 436만1199명으로 집계됐지만 비중은 45.5%로 소폭 늘어났다.
한 면세점 전문가는 “한국 면세점의 쇼핑 및 편의시설은 글로벌 면세점 업계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통한다”며 “중국인을 비롯한 외 뮌?관광객이 한국을 많이 찾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국내에서 면세점 쟁탈전이 연이어 벌어진 것도 요우커 영향이 크다. 관세청은 급증하는 쇼핑 수요를 소화하기 위해 상반기 대기업 2곳(HDC신라면세점·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과 중소기업 1곳(하나투어) 등 총 3곳의 신규 면세점을 추가했다. 지난주에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을 대신할 새 사업자로 각각 두산면세점과 신세계디에프를 뽑았다.
이에 따라 내년 면세점시장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롯데와 신라 2강 체제였다. 지난해 국내시장 점유율은 롯데 50.8%(4조2170억원), 신라 30.5%(2조5376억원), JDC 4.4%(3666억), 동화 3.5%(2926억), SK 3.3%(2747억), 신세계 3.1%(2602억), 한국관광공사 2.4%(1986억원) 등이다. 내년에는 기존 2강에 신세계가 가세해 3강 체제가 만들어지고, 한화와 두산면세점 등이 뒤를 바짝 쫓는 5파전이 유력하다.
면세점은 외화 획득 또는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설치하는 상점을 말한다. 관세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등이 면제된다. 장소에 따라 공항점과 시내점으로 구분된다. 사후면세점(tax refund) 시장도 커질 조짐이다. 사후면세점은 외국인이 물건을 제값에 사면 출국 때 공항에서 개별소비세와 부가가치세를 환급해주는 형태로 운영된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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