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성숙한 안전의식을 위하여

입력 2015-11-18 18:38
김성주 < 대한적십자사 총재 kimsungjoo@redcross.or.kr >


지난 2년간 세월호 사고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라는 두 가지 유례 없는 충격적 사건을 겪으며 필자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우리 사회가 생각보다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 같다.

더욱 놀란 것은 슬픔과 분노, 공포와 같은 감정이 휩쓸고 지나간 후 차분히 모여 앉아 냉정히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이성적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누군가를 헐뜯거나 비난하고, 이용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 같았다. 이런 소모적인 논쟁은 국내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여행객은 발길을 끊었고, 내수 침체가 이어졌다.

지난 3월 UN 주최 ‘세계 재난위험 경감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 센다이를 방문했다. 4년 전 일어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해안가는 여전히 황톳빛이었다. 앞으로 수십년 동안 나무 한 그루 자라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후쿠시마 해안가에 인접한 도시인 센다이는 완전히 복구돼 재탄생했다. 1만여명이 모이는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재난을 극복하려는 센다이 시민들의 의지와 질서정연한 모습, 수준 높은 시민의식에 감동을 많이 받았다.

동료에게 들은 스위스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그가 스위스에서 회의를 마치고 이동하던 중 전차가 갑자기 멈췄다. 자전거와 자동차가 충돌해 전찻길 위에 자전거에 탔던 사람이 쓰러졌기 때문이었다. 주변을 지나던 시민 중 한 사람이 급히 응급처치를 했고, 다른 사람의 신고로 경찰과 구급차가 도착해 현장이 정리되기까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학생들이 미국 적십자사의 재난안전 교육을 일정 시간 반드시 이수하도록 제도화했다. 지진과 화재, 응급처치와 관련 장비 사용 등 단계적 교육을 통해 시민들의 안전의식과 대응 능력을 높이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도 재난구호국을 새로 만들어 심폐소생술과 수상 및 산악안전, 응급처치 등 국민을 위한 안전교육과 보급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적십자 아카데미’를 신설해 재난안전통합교육 과정과 전문심화 과정을 운영하며 ‘대한민국 안전지수 100점 시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선진 시민사회로 가기 위해 성숙한 안전의식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다.

김성주 < 대한적십자사 총재 kimsungjoo@redcross.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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