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노인요양도시 바트 뵈리스호펜 가보니…

입력 2015-11-18 18:23
물·운동·허브 활용 자연치료 입소문…실버관광 중심지로

유럽의 노인요양시설,
실버타운·커피숍 등 연계…복지에서 산업으로 진화


[ 이지현 기자 ]
지난 12일 독일 뮌헨에서 서쪽으로 70㎞ 정도 떨어진 소도시 바트 뵈리스호펜을 찾았다. 도시 곳곳 벤치에서 노인들이 햇볕을 쬐며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상점 대부분은 노인을 위한 옷 귀금속 의료기기 등을 팔았다. 바트 뵈리스호펜이 노인들의 도시라고 불릴 만했다.

한경아카데미의 ‘유럽선진 요양시설 벤치마킹 연수’에 참가한 연수생 20여명은 지난 10~15일 이곳을 포함해 유럽의 주요 노인요양시설을 둘러봤다. 연수생들은 국내에서 노인장기요양시설을 운영하거나 운영할 계획을 세운 사람들이다.


○노인의 도시 바트 뵈리스호펜

바트 뵈리스호펜은 노인들을 위한 관광 도시다. 목축업을 주로 하던 이 도시를 바꾼 얘기는 1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00년대 이곳에서 살았던 세바스티안 크나이프 신부는 ‘자연이 최고의 약국’이라고 주장하며 물 운동 허브 등을 활용한 자연치료법을 활용해 중증환자를 치료했다.

소문이 나자 독일인들은 이곳에 온천을 개발하고 치료 요양시설을 지었다. 시도 이런 움직임을 도시계획에 반영했다. 지역 내 여러 관광지를 요양 온 사람들을 위한 시설로 설계했다.

관광안내소(사진)를 찾으면 물 치료, 노르딕워킹, 요가 등 각종 치유프로그램을 소개받을 수 있다. 이곳에는 23개의 치유시설과 170여개의 호텔 펜션이 운영되고 있다. 어느 호텔에 숙박해도 치유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다. 숙박시설이 노인요양 관광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독일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2008년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바트 뵈리스호펜 외에도 독일 여러 도시에 노인을 위한 요양시설이 조성돼 있다.

노인요양창업 컨설팅업체인 이현&컴퍼니의 이광직 대표는 “노인 인구가 늘면서 유럽의 노인요양시설은 단순히 아픈 노인을 돌보는 수준을 넘어 실버타운, 커피숍, 미용실 등과 연계되는 등 다양한 사업의 결합형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이 된 노인요양시설

독일은 1995년부터 장기요양보호법을 도입해 보호간호가 필요한 노인을 사회보험에서 책임지고 있다. 이 제도는 국내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장기요양제도의 모델이기도 하다. 관련 제도가 마련된 지 20년이 넘은 독일의 장기요양시설은 치매 노인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휴양도시 비스바덴에서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하는 슈렌베르크 원장은 “인지능력을 높이기 위한 노래 치료, 자신의 과거 사진을 보는 회상 치료 樗?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장기요양시설은 대부분 아픈 노인이 마지막으로 머무는 곳 역할만 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 스위스 등 유럽 국가의 노인요양시설은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실버타운과 결합한 형태다.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州)의 카를스루에 요양기관은 실버타운에서 살던 노인들이 몸이 아프면 옆에 있는 요양시설에 입소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곳에 사는 노인들의 연령은 평균 80세. 184가구의 실버타운에는 방마다 비상벨이 있어 언제든 내부 직원을 호출할 수 있다.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한 노인요양기관은 1층에 커피숍, 미용실 등을 들여 주변에 사는 노인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독일 스위스 등은 요양시설이 실버타운, 병원, 관광 등과 결합해 하나의 산업을 형성하고 있다. 이 대표는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도 연금을 받는 유럽의 노인들을 유치하기 위해 실버타운을 많이 세우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요양을 산업으로 바라보고 발전시키려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트 뵈리스호펜=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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