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투자하자마자 수수료 명목으로 바로 회수
절세위해 금융사 투자 유치 나서는 프로젝트사 약점 노려
"우월적 지위 남용한 무위험 거래로 돈벌이" 비판
[ 임도원 / 정소람 기자 ] ▶마켓인사이트 11월18일 오후 2시27분
금융회사들이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불법성 간판장사’를 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에 지분을 투자한 뒤 수수료 명목으로 곧바로 투자금을 빼가는 방법 등을 통해 무위험 상태에서 이익금만 챙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올리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금 감면을 위해 금융사로부터 지분투자를 받아야 하는 PFV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8일 투자은행(IB) 및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사업시행자들은 PFV를 설립하면서 통상 금융사로부터 지분 5%를 투자받는다. 자본금 50억원 규모로 설립되는 PFV의 경우 금융사는 2억5000만원을 투자하게 된다. 이는 현행 법인세법 등이 금융사로부터 지분 5% 이상을 투자받는 PFV에 대해 逾?middot;등록세 50% 감면과 이익의 90% 이상 배당 시 배당금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의 PFV 투자 참여를 독려해 사업 진행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지만 최근 일부 금융사가 부동산 시행업자들의 곤궁한 처지를 악용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많다.
문제가 된 금융사들은 2억5000만원을 투자한 뒤 자본금으로 PFV에 남아 있어야 할 이 돈을 자문 수수료 명목으로 곧장 회수하거나 에스크로(결제대금 예치제)를 통해 제3자에 맡기고 있다. 이렇게 투자손실 위험을 없앤 상태에서 나중에 PFV로부터 추가로 사업시행에 따른 이익금을 챙겨가고 있다.
서울에서 사무용 빌딩 사업을 위해 PFV 설립을 추진 중인 한 부동산 시행사 대표는 “PFV를 설립하기 위해 부동산신탁회사나 증권사 등에 지분투자를 요청했더니 모두 에스크로 방식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금융사의 행태가 상법상 가장납입과 형법상 부당이득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형사사건으로 비화된 사례도 있다. 부동산 사업시행자 윤모씨는 지난해 A부동산신탁과 이 회사 직원 강모씨를 가장납입과 부당이득 혐의로 고소했다. 윤씨는 2010년 경기 동두천시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및 분양사업을 위해 PFV를 설립하면서 A부동산신탁으로부터 2억5000만원을 투자받았다. 이 과정에서 윤씨는 A부동산신탁의 요구에 따라 2억5000만원을 납입 1주일 만에 컨설팅비용 명목으로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A부동산신탁은 출자금 회수 명목으로 2억5000만원을 받아갔다.
윤씨는 “컨설팅 계약은 A부동산신탁의 요구에 따라 형식적 막?맺은 것”이라며 “A부동산신탁이 수행한 컨설팅 용역은 없었고 실상은 출자한 자본금을 빼간 가장납입”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지난달 무혐의 처분했다. 윤씨 측이 서울고검에 항고해 이 사건은 아직 진행형이다.
금융당국은 사태가 불거지자 PFV와 관련한 금융사들의 투자행태에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검사국 관계자는 “금융사들의 PFV 투자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정소람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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