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의 '디자인 속도경영'…"시장조사 후 제품 만들던 시대 끝났다"

입력 2015-11-17 18:49
디자이너 1500명 채용
사용자 관점서 개발키로


[ 이상은 기자 ] 세계 1위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인 IBM이 ‘속도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에 기반한 개발 방식을 도입해 제품과 서비스 개발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디자이너를 대거 채용하고 있다. 관리직 전원을 대상으로 디자인 기반 사고방식 교육도 진행 중이다.

◆사용자 관점에서 서비스 개발

뉴욕타임스(NYT)는 IBM이 클라우드 컴퓨팅 등 신성장 분야를 공략하기 위해 디자이너 1500명을 채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내 1100명을 고용하고, 내년 이후 400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3분의 2는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으로, 3분의 1은 경력직으로 채우고 있다.

이들의 역할은 ‘보기 좋은 상품’을 만드는 게 아니다.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에 참여해 사용자 관점에서 개발이 이뤄지도록 이끄는 게 이들이 할 일이다.

IBM은 그동안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때 시장조사→제품개발→테스트→판매 방식을 썼다. IBM은 이 같은 방식이 관료주의적이고 시간이 오래 걸려 頻?求?IT 환경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디자이너들이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직접 제작한다는 느낌으로 제품을 개발하면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이라는 게 IBM의 판단이다.

이 같은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청바지에 카우보이 부츠를 즐겨 착용하는 필 길버트 IBM디자인 대표(59)다. 버지니아 로메티 IBM 최고경영자(CEO)는 2012년 상반기 사용자경험 분야 전문가로 알려진 그를 영입했다.

◆“디자인 경영은 속도전을 위한 것”

로메티 CEO는 그때부터 모든 관리직에게 최소 하루, 최장 3개월짜리 ‘디자인 사고’ 교육과정을 듣도록 했다. 로메티 CEO를 포함해 8000여명이 교육을 마쳤다고 NYT는 전했다.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IBM은 최근 미국 전역에 4100개 매장을 둔 게임 전문 소매점 ‘게임스톱’ 직원을 위해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했다. 직원이 태블릿을 한 번 클릭하면 고객의 과거 구매내역, 제안할 수 있는 쿠폰·포인트 목록, 추천게임 목록 등이 곧바로 나타난다. 제품 개발에서 테스트, 배포까지 몇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제프 도널드슨 게임스톱 기술담당 임원은 “IBM에 대해선 그동안 비싼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파는 느릿한 관료주의 회사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번에 일해보니 모든 게 굉장히 빨랐다”고 말했다.

IBM이 최근 출시해 히트한 오픈 소프트웨어 플랫폼 ‘블루믹스’는 과거 업무 방식이었다면 수년 걸렸을 개발 과정이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1년으로 단축된 사례라고 NYT는 소개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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