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로 미국 금리인상 미뤄지진 않을 것"
[ 김유미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경제 성장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기업이고 기업 성장의 핵심은 혁신”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 최고경영자(CEO) 조찬간담회에서 “한국 경제가 많은 취약성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성장잠재력을 키우기 위한 혁신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중국 제조업도 ‘생존의 사투’를 벌일 정도로 기업 경쟁이 치열한 점을 들어 “군대에서 보초를 설 때 ‘졸면 죽는다’는 표어가 있었는데 지금 적합한 말”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은 입행 전에 들어갈 뻔했던 회사 사훈이 ‘사업보국(事業報國)’이었는데 그 의미를 이제야 느낀다”며 “기업 활동을 영위한다는 것 자체가 애국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기업가 정신을 적극 발휘해주길 기원한다”고 했다.
이 총재는 “(한국의) 제조업 성장동력이 치고 나가지 못하는 데 대해선 상당히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다른 선진국과 달리 가계와 기업 부채 모두 급증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구조개혁에 대한 지론도 폈다. 노동 분야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1990년대 독일 사민당의 ‘하르츠 개혁’에서 배울 것을 주장했다. 그는 “당시 독일에선 이해관계자를 배제한 채 전문가들이 노·사·정 합의안을 도출해 성공했다”며 “2005년 집권당이 바뀐 뒤에도 변함없이 (노동개혁을) 추진한 점도 우리가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입시 위주 교육제도에 대해서도 “글로벌 초(超)경쟁 사회에선 맞지 않다”며 “창조적 사고를 길러주는 교육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프랑스 파리 테러가 미국 금리 인상 시점에 미치는 영향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현재로선 다음달에 금리 인상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 경우 중국 경기 둔화 등이 겹치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선진국으로 자금 이동이 일어날 경우 “일부 취약국은 분명히 위기를 겪을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조찬 강연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을 비롯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200여명이 참석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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