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밑은 너무 추워…냉기 골고루 퍼뜨리자"

입력 2015-11-16 18:24
삼성 시스템에어컨 '360 카세트' 개발 스토리

카페서 잠깐 쉬다보니 밑에는 춥고, 외곽은 더워
"풍향 전달 방식 개선하자"…제트엔진 기술 적용
원형 에어컨 체험 건축주들, 공사 늦추며 주문 잇따라


[ 남윤선 기자 ]
삼성전자가 지난달 선보인 원형 모양의 시스템에어컨 ‘360 카세트’가 인기를 얻고 있다. 천장의 원형 에어컨에서 나오는 바람이 골고루 퍼지게 해 바람이 특정한 곳에만 가는 사각형 시스템에어컨의 단점을 없앤 덕분이다. 이런 아이디어는 우연히 나왔다. 커피숍에 간 직원들이 사각형 에어컨의 단점을 체감한 것이 계기가 됐다.

○에어컨 바람을 골고루~

지난해 초 삼성전자 시스템에어컨 디자인팀은 커피숍에서 얘기를 하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천장에 설치된 시스템에어컨의 냉기가 나오는 구멍에 가림막(사진)이 붙어 있었던 것이다. “왜 에어컨을 틀어놓고 바람구멍을 가려놨느냐”고 묻자 “에어컨 바로 아래 있는 손님들?머리에 바람을 맞아 불편해하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디자인팀은 그때부터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 근처의 카페, 레스토랑, 백화점 등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매장 안 이곳저곳에 옮겨 앉으며 냉기가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느꼈다. 이를 통해 시스템에어컨 근처에 있으면 춥고, 조금만 멀리 가면 덥다는 것을 알았다.

기술적인 문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풍향을 조절하는 블레이드였다. 개발팀과 함께 연구한 결과 차가운 바람이 블레이드에 부딪히면서 냉기의 25%가 손실됐다. 그렇다고 블레이드를 완전히 열어 놓으면 냉기가 수직으로 떨어져 바로 밑에 있는 사람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네 귀퉁이 쪽이 막힌 사각형 모양도 문제였다.

디자인팀과 개발팀은 블레이드를 없애기로 했다. 풍향은 블레이드 대신 ‘또 다른 바람’으로 조절하기로 했다. 정희재 디자인팀 수석은 “풍력발전기나 제트엔진에서는 바람으로 기류를 조절하는 기술을 사용한다”며 “이를 에어컨에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냉기를 아래로 쏘면 다른 바람을 옆에서 뿜어줘 풍향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모양은 사각형 대신 원형으로 바꾸기로 했다. 정 수석은 “원형은 냉기가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없애줄 뿐 아니라 보기에도 아름답다”고 말했다.

○시제품 전시도 고정관념 타파

시제품을 완성하고 실험을 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같은 공간에서 일정한 온도에 도달하는 속도가 기존 제품보다 약 40%나 빨랐다. 냉기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도 거의 없어졌다.

개발을 완료했지만 난관은 남아 있었다. ‘고정관념’이駭? 블레이드가 없는 동그란 시스템에어컨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개발팀은 최종 승인을 위해 묘안을 짜냈다. 제품만 덩그러니 놓는 대신 실험실을 커피숍처럼 꾸미고 새로 개발한 시스템에어컨을 직접 설치했다. 사내 임원들은 두말 않고 ‘오케이’ 사인을 냈다. 건축주 반응도 좋았다. 일부 건축주는 “공사를 늦출 테니 신제품을 공급해달라”고 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일상생활에서 나온 단순한 아이디어가 제품의 발전을 이끈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시켜준 사례였다.

수원=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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