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 서울도심 불법시위 놓고 '극과 극 대응'
"광화문 일대 무법천지 만들어"…여, 당국에 엄정 대응 촉구
"경찰 규정 어기고 과잉 진압"…야, 책임자 처벌·재발방지 요구
노무현 정부때 시위 비판했던 문재인, 불법·폭력행위 언급 안해
[ 유승호 기자 ]
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이 지난 14일 서울 도심에서 벌인 ‘민중총궐기대회’ 도중 일어난 폭력 사태에 대해 여야가 상반된 반응을 내놓았다. 새누리당은 경찰차를 부수고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폭력 시위가 발생한 것에 대해 강력한 처벌과 근절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경찰의 과잉·강경 진압으로 부상자가 발생했다며 국정조사와 진압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노총 등이 한국의 심장부인 광화문 일대를 무법천지로 만들었다”며 “광우병, 제주 해군기지, 세월호 등 시위가 있을 때마다 사회를 혼란하게 하는 전문 시위꾼들 때문에 경찰 113명이 부상당하고 경찰차 50여대가 파손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나라를 마비시키려는 의도를 가졌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며 “공권력이 불법 무도한 세력에 유린되는 무능하고 나약한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관계당국은 이런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엄격한 법 집행을 하는 데 직을 걸어야 한다”며 “이런 일에 솜방망이 처벌을 해 온 법원도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합법적 평화 시위는 보장돼야 하지만 불법 폭력 시위는 다수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생업에도 지장을 준다”고 지적했다. 원 원내대표는 “이번 시위에서 통합진보당 해산 반대 등의 구호가 나온 것은 시위가 과연 순수한 동기를 갖고 있었는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며 “불순 세력이 있는지 추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공권력을 무력화하는 불법 시위는 박근혜 정부에서 뿌리뽑아야 한다”며 사법당국의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 회의에서도 폭력 시위 엄단을 촉구하는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미국에서는 (시위대가) 폴리스라인을 벗어나면 경찰이 그대로 패 버린다”며 “그게 정당한 공권력으로 인정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선 경찰의 진압 방식에 대해 집중 비판했다. 그러나 경찰차를 훼손하는 등 시위대의 불법·폭력 행위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표는 “생존권을 요구하는 국민에게 살인적 폭력 진압을 자행했다”며 “(강경 진압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경찰은 가슴 아래를 향해 쏘도록 한 살수차 안전 사용 규정을 위반했고 부상자 발생 시 구호 조치를 하도록 한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의 발언은 2003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시위와 관련, “집회를 통한 의사표현 기회를 보장하고 있음에도 법질서 준수 의무를 지키지 않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한 것과 대비된다.
새정치연합은 집회에 참가한 60대 농민 백남기 씨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것과 관련, 당 차원의 대책위원회를 구성키로 하고 정청래 최고위원을 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