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좌초 위기] 노사정 '비정규직 쟁점' 합의 실패…국회에 책임 떠넘겨

입력 2015-11-16 18:07
노동개혁 5대 법안 환노위 상정했지만…

민노총 등 노동계 '지연 전술'에 두 달 헛바퀴
전문가안 제시했지만 야당 수용 가능성 희박
국회서 원점 논의…연내 입법 어려울 듯


[ 정종태 / 박종필 기자 ]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가 두 달여 동안 시간만 허비한 채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공’을 국회로 떠넘겼다. 노사정위 구조개선특위가 기간제·파견 근로자 등 비정규직 쟁점 등에 대한 합의 도출에 실패, 17일 노·사·정과 전문가의 의견을 담은 보고서만을 국회에 넘길 예정이다. 대타협 당시 제기됐던 ‘합의를 위한 합의’조차 지키지 못한 것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계의 반대 때문이다.

여야가 노동개혁에 대한 논의에 들어가지만 노동계 표를 의식한 새정치민주연합이 정부·여당과 타협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노사정위가 합의에 실패한 데다 공을 넘겨받은 여야가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정기국회(회기 12월9일) 내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두 달여 시간만 허비한 노사정위

노사정위는 16일 구조개선특위를 열어 기간제 쟁점에 대한 전문가그룹의 논의 결과를 보고받았다. 지난 9월15일 노·사·정 대타협 이후 노사정위는 비정규직 차별시정, 기간제·파견 근로자 고용 안정 등에 대한 후속논의를 계속했지만 두 달 동안 헛바퀴만 돌았다. 새누리당이 발의한 노동개혁 5대 법안에 대한 논의를 이날까지 마치기로 한 노사정위는 결국 전문가 검토의견만 보고서로 채택해 국회에 보내기로 했다. 주요 쟁점에 대한 노동계·경영계·정부 각각의 안과 전문가 검토의견을 병기해 제출한다는 것이다.

기간제 관련 주요 쟁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간제 사용기한을 최대 2년(2+2) 연장하되 해당 근로자의 신청과 근로자 대표의 서면 합의 필요 △퇴직급여 적용 대상을 현행 1년 이상 근로자에서 3개월 이상 근로자로 확대 △근로계약 갱신 횟수를 2년 내 3회까지 제한 △대형사고 예방 업무와 사고 발생시 다수 인명피해 예상되는 업무는 비정규직 사용 제한 등에 의견을 모았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노·사·정이 합의안을 도출해 국회에 보고하지는 못했지만, 국회는 입법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개혁의 대의를 위해 더 큰 책임감을 갖고 타협과 절충을 끌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야, 노동개혁 법안 충돌

정부·여당이 지난 9월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2개?만인 이날 환경노동위원회는 법안심사를 위한 첫 회의를 열었다. 여야 의원들은 법안마다 충돌했다.

파견근로 허용 업종을 확대하는 내용의 파견근로법과 관련, 새누리당은 파견근로를 허용해 중소기업 인력난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이번 법안을 통해 제조업 전반으로 파견이 확대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35세 이상 근로자의 신청을 전제로 기간제 계약 연장을 허용하는 기간제근로자법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은 재취업 가능성이 낮아지는 35세 이상 근로자의 실업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새정치연합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막는 등 비정규직 양산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인영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기간제근로자법과 파견제근로자법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두 법안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현 새정치연합 의원은 “기간제법 근로자 사용연한 연장은 비정규직을 줄이고 정규직을 늘리자는 취지에 역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사·정 합의 없이 국회에 노동개혁 법안이 넘어온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우원식 새정치연합 의원은 “노·사·정 합의가 정상적으로 됐냐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고 말했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굳이 대타협 안이 나오지 않아도 이 논의는 국회의 몫”이라고 반박했다.

정태웅/박종필 기자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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