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 용환석 페트라투자자문 대표
종목별 옥석가리기 필요한 시점
저평가·성장성 높은 주식 보유를
아모레퍼시픽 잘 나간다고
화장품 업종 무작정 투자는 안돼
내년 증시 1800선 밑으로 안떨어질 듯
기대감 낮추고 3~5년 보고 투자를
[ 김우섭 기자 ]
“중국 소비재 관련주라고 다 전망이 좋을까요. 펀더멘털과 실적, 상승 동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종목별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용환석 페트라투자자문 대표는 15일 서울 여의도 페트라투자자문 본사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모레퍼시픽이 잘나간다고 해서 화장품 업종을 무작정 따라가는 것은 현명한 투자법이 아니다”며 “저평가되고 성장성이 있는 주식을 찾아 보유하는 전략으로 수익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용 대표가 이끄는 페트라투자자문은 외국 기관투자가에 더 잘 알려진 가치주 투자 전문회사다. 운용자금 4600억원(일임 기준) 중 2500억원(54.34%)이 외국계 자금이다. 북유럽 국부펀드와 미국의 패밀리오피스(초고액 자산가에게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업체) 등에서 자금을 유치했다. 2009년 자문사 설립 이후 200%(199.3%)에 가까운 수익률을 올리며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22.7%)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용 대표는 “시장 변동성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선 개별 회사의 가치를 잘 파악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올릴지 여부와 올린다면 속도가 어떻게 될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금리 인상 시기가 잠깐 연기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 7~8월과 같이 시장의 변동성이 다시 커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내년 주식시장 전망에는 “코스피지수 1800~2100 사이를 오가는 ‘박스피(박스권+코스피)’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본다”며 “다만 박스권의 하단 자체는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투자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Fed가 기준금리를 언제 올리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올릴 것인지, 올린다면 얼마나 빨리 올릴지가 관건이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 등 악재에도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다면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Fed가 무리하게 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7~8월과 같이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주식시장이 출렁일까.
“올여름은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커진 것인데, 이것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과 맞물렸다. 이 같은 상황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본다.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불확실성 해소로 주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다.”
▷변동성이 큰 시기엔 어떤 업종이 유망하다고 보나.
“업종보다는 개별 종목을 봐야 한다. 중국 소비재주가 유망하다고 하지만 이미 주가에 반영된 종목이 많다. 아모레퍼시픽이 좋다고 하지만 화장품 종목을 아무거나 담긴 쉽지 않다. 개별 회사와 개별 브랜드에 대한 분석을 잘 해야 한다.”
▷투자 종목을 찾을 때 유심히 지켜보는 조건이 있는지.
“최근엔 환율 변수를 유심히 본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환율은 올라간다(원화가치 하락). 이는 수출기업에 큰 호재다. 해외에 수출하는 제품의 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로 일본 수출기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뛸 때 환율 효과를 보지 못한 국내 기업은 제자리였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환율 조건이 조금 나아질 것이다. 특히 자동차 회사를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이 생길 것이다.”
▷내년 주식시장을 어떻게 보나.
“얼마나 오를지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떨어질지도 중요하다. 내년에도 지난 5년간 지속된 ‘박스피’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수준보다 바닥(저점)은 높아질 것이고 1800선 이하로 떨어질 확률은 높지 않다.”
▷긍정적으로 본다는 의미인지.
“현재 저점보다 더 떨어지긴 쉽지 않다는 의미다. 기대감을 낮추고 3~5년을 보고 투자하는 편이 좋다.”
▷헤지(사모)펀드 시 ?진출 계획은.
“올 연말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현재 운용인력(7명) 중 일부가 헤지펀드를 담당할 것이다. 큰 변화를 주기보다는 롱쇼트 등의 투자 기법을 고수할 방침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