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쿠킹 클래스 체험
[ 박해리 기자 ]
‘천국이란 이탈리아인이 요리사, 영국인이 경찰, 프랑스인이 연인인 곳’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이탈리아를 떠올릴 때면 요리를 빼놓을 수 없다. 집밥과 ‘먹방’ 등 요리가 대세인 때라 이탈리아에 가서 현지 셰프에게 파스타를 배워보기로 했다. 구글에서 ‘cooking class in Rome(로마의 쿠킹클래스)’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니 여러 강좌를 찾을 수 있었다. 비아토르닷컴(viator.com)에서 찾은 강습 중 시장 투어와 함께 요리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예약한 뒤 이탈리아로 길을 나섰다. 요리에 대한 열정만으로 도전한 좌충우돌 이탈리아 요리 여행이다.
재료 선별부터 진행된 쿠킹클래스
쿠킹클래스가 열리는 날, 모임 장소인 아르헨티나 광장으로 향했다. 이곳은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살해당하면서 “부루투스, 너마저!”를 외쳤던 장소다. 광장 앞에서 강습을 진행할 셰프 페드리코 알레산드리 씨(39)가 수강생들을 맞았다. 요리교실에 참여한 사람들은 다양했다. 기자를 포함해 중학생 딸 둘과 함께 미국에서 온 가족 4명, 뉴질랜드에서 온 커플, 일본 여성 1명 등 모두 8명이었다.
본격적인 요리에 앞서 셰프와 수강생들은 함께 시장투어를 떠났다. 알레산드리 셰프는 파스타의 주 원료가 될 토마토, 시금치, 바질 등을 고르는 방법에 대해 알려줬다. 토마토는 꼭지가 싱싱하고 갈라짐 없이 각 지지 않은 게 좋다고 했다. 시금치는 뿌리가 붉고 잎이 짧고 진한 초록색이어야 한단다.
시장 투어를 끝낸 뒤 요리 강습이 진행될 스튜디오로 향했다. 스튜디오는 로마 시내의 유일한 섬인 이졸라 티베리나에 있다. 테베레 강의 가운데에 있는 이 섬은 로마 시대에 기적적인 치유지로 유명했던 곳이다.
“레시피보다 중요한 것은 취향”
이날 배우기로 한 요리는 세 가지 파스타였다. 첫 번째 요리할 파스타는 탈리에리니 알라 소렌티나(Tagliolini alla sorrentina)다. 파스타 이름에는 면의 종류와 소스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다. 탈리에리니는 ‘자르다’는 뜻의 이탈리아어 탈리아레(tagliare)에서 유래한 것으로 얇게 민 반죽을 5~8㎜ 정도의 너비로 잘라 만든다.
본격적인 요리는 첫 번째 파스타에 쓰일 토마토를 손질하며 시작됐다. 체리토마토는 반으로 잘라 강불에 익혀 단맛이 나도록 조리한다. 큰 토마토는 십자로 칼집을 내 껍질을 벗겨내고 씨를 제거한 뒤 약불에 익힌다.
열네 살 때부터 요리를 해왔다는 알레산드리 셰프는 2년 동안 거의 매일 요리 강습을 진행했다고 한다. 소스를 만들기 위해 토마토가 얼마나 필요한지 묻자 그는 “레시피보다 중요한 것은 취향”이라며 “강습을 통해 요리하는 과정 자체를 흡수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하지 않고 레시피대로 하는 요리가 더 위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습에서는 면도 직접 반죽했다. 30분간 숙성한 반죽은 일일이 밀대로 밀거나 수동 파스타 기계를 이용해 얇게 펴낸 후 잘라냈다.
파스타는 반죽도 중요하지만 삶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셰프가 돌발 퀴즈를 냈다. “파스타를 삶는 물에 올리브유를 넣는가? 면이 익으면 찬물에 씻는가?” 정답은 둘 다 ‘아니다’였다. 오일이 묻으면 소스가 면에 잘 묻지 않아 재료들이 어우러진 맛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물에 씻지 않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면 표면에 있는 전분 가루를 씻어버리면 소스가 잘 묻지 않는다.
식감을 위해 1분 이내로 삶은 얇은 면을 토마토 소스에 넣고 익힌 후 모차렐라 치즈와 체리토마토를 곁들여 첫 번째 파스타를 완성했다. 파스타가 불으면 안 되므로 시식은 요리가 끝난 뒤 즉시 이뤄졌다. 면은 겉은 부드러우면서도 안쪽의 심은 씹는 맛을 내줬다.토마토의 단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고 모차렐라 치즈의 부드러운 맛은 토마토 맛을 한층 살려줬다.
요리로 만난 여행, 독특한 체험
첫 번째 시식이 끝난 뒤 바로 두 번째 요리에 들어갔다. 두 번째 요리는 카펠라치 스피나치 이 리코타(Cappellacci spinaci e Ricoita)였다. 카펠라치는 시금치와 리코타 치즈로 속을 채워 빚은 이탈리아식 만두다. 일본인인 미와코 씨와 기자는 만두 빚는 것에 익숙해서인지 가장 예쁜 모양의 카펠라치를 만들어냈다. 버터 녹인 물에 파마산 치즈를 뿌려 삶은 카펠라치와 함께 졸인 뒤 레드와인 인덕션을 뿌려서 장식했다. 시금치를 싫어한다는 열네 살 케런은 “처음으로 맛있게 먹은 시금치 요리”라며 접시를 깨끗이 비웠다.
세 번째 요리는 스트로차프레티 알프레도(Strozzapreti Alfredo). 스트로차프레티란 면이 각 사이드의 반대 방향으로 말린 모양의 파스타다. 이 파스타는 ‘질식시키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스트로차레(strozzare)에서 유래했다. 옛날에 한 성직자가 이 파스타를 급히 먹다 목에 걸려 죽은 사건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물에 버터를 넣고 끓인 뒤 체에 걸러가며 녹인 치즈와 간 레몬도 함께 넣고 끓여준다. 이렇게 만든 치즈 소스에 적당히 익힌 면을 넣고 섞어준다. 치즈의 풍미가 느껴지면서도 은은한 레몬 맛이 더해져 느끼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온 주부 엘리슨 씨는 “집에 파스타 면을 뽑는 기계를 사놓고 9년째 한 번도 써보지 않았는데 이번 요리교실을 통해서야 그 기계의 쓰임새를 알았다”고 말했다. 오전 9시30분에 셰프와 수강생들을 만나서 장을 보고, 요리를 배우고, 디저트까지 모두 먹고 나니 시계는 오후 4시를 향하고 있었다.
열흘 동안 머물렀던 이탈리아에서 수많은 파스타를 맛봤지만 이날 요리교실에서 먹었던 파스타에 견줄 수 있던 건 없었다. 세계적 관광지인 로마의 레스토랑에선 냉동재료를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제대로 된 파스타를 눈과 귀와 코와 입으로 즐기고 싶은 여행자라면 로마 일정 중 반나절이나 한나절쯤 쿠킹클래스에 투자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일 듯하다.
로마=박해리 기자 su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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