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진 보호무역주의] '너 죽고 나 살자?'…장기 불황에 세계 각국 '무역규제 전쟁'

입력 2015-11-13 18:42
세계 무역규제 건수 10년새 50% 증가
FTA 체결 늘지만 비관세 장벽도 높아져
한국 제품 무역규제 급증…수출 타격


[ 심성미 기자 ] 글로벌 경기 회복이 더뎌지면서 전 세계 국가의 수입규제 조치가 급증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각국의 수입 관세는 빠르게 낮아지고 있는 반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반덤핑 관세,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 각종 비관세 장벽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과잉 업종인 철강, 화학 등이 주요 공격 대상이다. 이들 분야 한국 기업은 수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FTA를 맺은 미국까지 한국에 대한 무역규제 조사를 늘리고 있다.

◆무역규제 10년 새 50%↑

13일 세계무역기구(WTO)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국가의 무역규제 조사는 총 304건에 달했다. 2005년 202건에 불과하던 무역규제 조사가 10년 새 50.4% 증가했다. 10여년 전부터 주요 국가 사이에 FTA가 잇따라 체결되면서 상품 및 서비스 수출입 관세는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지 않는 비관세 장벽은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다.

무역규제 조치가 늘어나고 있는 가장 큰 缺??글로벌 경기 불황 때문이란 분석이다. 경제 상황이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각국 내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수입규제와 통관 분쟁 등도 급증하고 있다. 김건숙 KOTRA 통상전략팀 연구위원은 “자국의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각 국가들이 적극적인 수입규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韓 수출 타격 불가피

한국을 대상으로 한 무역규제 조치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2011년 12건이었던 세계 각국의 대(對)한국 무역규제 조치는 지난해 29건으로 늘어났다. 올 들어 이달 초까지 새롭게 조사에 들어간 무역규제 건수도 26건에 달했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반덤핑 규제를 받는 품목이 가장 많은 국가 3위(총 89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중국(500건), 대만(97건) 다음으로 많다.

수입 규제를 당한 품목의 수출액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 작년 말 기준으로 수년 전부터 수입규제를 당한 철강·금속, 화학, 섬유, 전기·전자 등 94개 한국산 품목의 총 수출액은 2011년 110억달러, 2012년 90억달러, 2013년 76억달러로 연평균 17%씩 감소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1996년 인도에서 조사가 시작된 아크릴섬유, 2005년 조사가 개시된 나일론, 2006년 유럽연합(EU)에서 조사에 들어간 실리콘메탈 등에 대한 수출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미국까지 수입규제 가세

지금까지 한국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무역규제 조치를 취한 국가는 인도,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이었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을 막고 자국 내 제조업을 키우려는 전략적 의도가 숨어 있다. 지난해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한국을 상대로 각각 5건과 4건의 무역규제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올 들어 한국을 상대로 한 무역규제 조사 건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미국이다. 2013년, 2014년 각각 2건의 조사를 개시한 미국은 올해 조사 건수를 두 배로 늘렸다. 조사 품목은 열연강판, 냉간압연강판, 강벽사각파이프 등 모두 철강 품목이다.

미국은 조사를 개시한 품목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6일 한국산 API 라인파이프에 대해 세아제강에는 2.53%, 현대하이스코에는 6.19%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김 연구위원은 “세계적으로 철강 품목에 대한 공급과잉이 심화되면서 미국이 강력한 무역규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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