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빵집 상미당으로 출발…선진 프랜차이즈 시스템 앞세워 독주

입력 2015-11-13 07:00
Cover Story - SPC그룹

창립 70년 맞은 SPC그룹


[ 강진규 기자 ]
고려당, 독일빵집, 뉴욕제과….

1988년 새로운 베이커리 사업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경쟁사들의 가게 이름을 보며 브랜드 명칭을 고민하고 있었다. 당시는 집을 의미하는 ‘당(堂)’이나 빵집이라는 뜻의 ‘제과’를 붙이는 게 일반적이었다. 허 회장은 고정관념을 깨고 ‘파리바게뜨’라는 이름을 선택했다. 너무 길고 어려운 이름이라는 의견이 회사 안팎에서 나왔다. 하지만 정통 유럽 스타일의 고급 빵으로 차별화하겠다는 허 회장 의지가 담긴 작명을 번복시키지 못했다.

고급스러운 느낌의 상호는 공장형 양산 빵을 주력으로 해온 SPC그룹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베이커리사업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했다. 프랜차이즈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파리바게뜨는 고급 빵을 판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1997년 말 찾아온 외환위기는 오히려 파리바게뜨가 급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명예퇴직 등으로 직장을 잃은 40대들이 빵집 창업에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선진 프랜차이즈 운영법을 배우고 돌아온 허 회장의 파리바게뜨는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실패율을 낮추며 그 해 베이커리업계 1위에 올랐다. 그 후 20년 정도가 지났지만 경쟁사들과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SPC그룹은 1945년 황해도 옹진에 문을 연 상미당이 모체다. 일본인이 운영하는 서양식 제과점에서 제빵기술을 배운 고 허창성 창업주가 해방 직후 문을 열었다. ‘맛있는 것을 주는 집’이라는 뜻이다.

허 창업주가 황해도의 빵집을 정리하고, 1948년 서울 방산시장 부근에 매장을 내면서부터 상미당은 이름을 얻기 시작했다. 1963년에는 회사 이름을 삼립제과공사로 바꾸고 공장형 양산 빵 생산을 시작했다. 1972년에는 케이크 등 고급 빵을 만드는 한국인터내셔날식품(현 샤니)을 설립했다.

샤니는 1983년 허 창업주의 차남 허영인 회장이 경영하면서 삼립식품에서 독립했다. 삼립식품은 장남 허영선 전 회장이 맡았다. 이후 삼립식품과 샤니는 찐빵 등의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업계 1, 2위를 다퉜다. 샤니는 파리크라상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등의 성공에 힘입어 1996년 삼립식품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삼립식품이 어음 3억원을 결제하지 못해 1997년 부도를 내자, 허 회장은 2002년 11월 회사를 인수해 파리크라상과 합병했다.

SPC그룹은 2004년 출범했다. ‘S’는 삼립식품과 샤니, ‘P’는 파리크라상과 파리바게뜨, ‘C’는 기타 계열사를 가리킨다. 삼립식품은 빵 외에도 떡 밀가루 햄 등 다양한 식품사업을 벌이고 있다.

2006년 떡 프랜차이즈 ‘빚은’을 선보였고, 2009년 샌드위치 전문회사 샌드스마일을 세웠다. 또 2012년 밀가루 제조사 밀다원을, 2013년 육가공회사 알프스식품(현 그릭슈바인)을 인수했다. 지난해 7월에는 삼립식품을 물적 분할해 식자재 유통사 삼립GFS를 설립했다. 삼립식품의 지난해 매출은 1조1076억원(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469억원이다.

그룹의 주력은 파리바게뜨다. 지난해 기준 매장 수는 3200여개다. 국내 매장 출점이 정체 상태지만 글로벌 사업을 중심으로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회사인 파리크라상은 지난해 매출 1조6532억원(개별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 665억원을 올렸다.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 등을 운영하는 비알코리아의 작년 매출은 5104억원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