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우물을 파면서 혁신을 이루고 불모지에서도 신시장을 개척하는 ‘전문가형 기업인’들이 21세기 한국의 산업지도를 바꾸고 있다는 한경 보도(11월12일자 A1, 3면)다. 7조원 규모의 신약 수출이란 개가를 올린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바게트로 본고장 프랑스 파리에 진출한 허영인 SPC그룹 회장, 미국 유럽에까지 K뷰티 열풍을 일으킨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그들이다.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은 한낱 가구회사를 공간·생활·도시 디자인회사로 발전시켜 7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
이 같은 결실은 고스란히 주가에서 확인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아시아·태평양지수 구성 종목 중 올 들어 상승률 1, 2위가 한미사이언스(961%)와 한미약품(702%)이었다. 아모레퍼시픽(112%)이 7위, 한샘(94%)은 10위다. 특히 한샘은 10년 전보다 시가총액이 36배나 불어났다. SPC도 상장회사였다면 그에 못지않았을 것이다. 지난 3년간 일본 증시가 109%, 중국이 60% 오를 때 한국 유가증권시장은 고작 4% 상승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쭉쭉 뻗어나가는 기업은 역시 시장이 먼저 알아준다.
물론 우여곡절도 많았다. 한미약품이 적자가 나도 R&D 투자를 늘리며 매출의 20%까지 끌어올리자 주변에선 회사 망하겠다는 걱정까지 했다고 한다. SPC와 아모레는 빵, 화장품을 팔아야 얼마나 팔겠느냐는 세간의 편견을 감내해야 했다. 한샘은 이케아 상륙에 위기론까지 대두됐다. 게다가 업종도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이자 사양산업이라는 분야다. 하지만 이들은 직접 창업했거나 2~3대째 한우물을 판 전문가다. ‘업(業)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과감한 투자와 집중으로 아예 판을 바꿔버린 것이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 늪에 허덕이고 ‘중후장대’ 간판 기업들이 하나같이 고전 중인 게 현실이다. 과거 자본도 기술도 부족하던 추격자 시절엔 선단식 경영이 효과를 봤다. 하지만 이젠 시장을 선도하는 창조자가 요구되는 시대다. 가장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고, 연구개발에 돈을 아끼지 않으며, 과감히 해외로 나가는 기업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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