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사고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산업재해로 매년 20조 증발…사업장 스스로 '안전 빈틈' 찾아야"

입력 2015-11-11 19:01
한경 주최, 고용부·울산시 등 후원 '산업사고 예방 CEO 포럼'

법 이행·설비 구축으로 85% 예방…나머지는 기업 자율로 해결 가능

듀폰·타타 등 글로벌 장수 기업, 안전을 경영철학 1순위 삼아
기업 존속 위해선 인식 전환 필요


[ 김태현/하인식/오경묵 기자 ] “산업재해로 매년 20조원 넘는 손실이 발생하고 매일 5명의 소중한 목숨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안전이라는 가치가 기업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안전은 흑자경영의 최우선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형 산업사고 예방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11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중대산업사고 예방 CEO포럼’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 울산시가 후원하고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한 이날 포럼에는 김기현 울산시장, 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윤갑한 현대자동차 사장,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을 비롯해 허령 울산시의회 부의장, 차의환 울산상공회의소 부회장, 이양수 SK에너지 부사장, 김용연 에쓰오일 전무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장수기업 비결은 ‘안전경영’

김태옥 명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중대산업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 개선방향’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1996년 공정안전관리제도(PSM) 도입으로 관리사업장 수와 관리대상 화학물질이 확대됐지만 사람의 실수(휴먼에러)로 인한 중대 산업재해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 발생한 9건의 중대 화학사고도 안전절차와 하도급업체 관리만 제대로 했어도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재해율은 2003년 이후 감소했지만 사고 사망만인율(연간 근로자 수 1만명당 사고 사망자 수 비율)은 0.71(2013년 기준)로 미국보다 2배, 일본보다 4배, 영국보다 14배나 높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라며 “안전의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기업 존속이 어렵다는 위기감을 경영계가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혁면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도 “듀폰, 바스프, 타타 등 100년 이상 존속하는 장수기업은 협력회사를 포함해 모든 종사자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다”며 “안전이 흑자 경영의 최우선 요소”라고 설명했다. 송병춘 고용부 화학사고예방과장은 “우수 등급 사업장이라도 관리부실이 발견되면 정부가 직권으로 재평가하는 직권평가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안전관리는 사업장이 주도해야

김 교수는 “안전관리 수준의 가장 낮은 단계인 ‘최소한 법 이행’으로 75%, 설비구축 등 기술적 관리로 10%의 사고를 줄일 수 있으나 이 단계가 지나면 제도를 아무리 바꿔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사업장 특성을 반영한 주도적 안전관리가 필요하고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규제 방식에서 자율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숙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사업장 특성을 반영한 주도적인 안전관리에 동의한다”며 “중대 산업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와 공단, 사업장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과장은 “고용부도 사업장 스스로 사업장별 특성과 다양성을 반영한 능동적인 자율안전관리를 이행하도록 하겠다”며 “하지만 PSM 안전기준을 지키지 않아 화학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엄벌할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황재영 울산시 시민안전실장은 “울산·온산국가산업단지는 유독물질 취급량과 독성가스 저장능력면에서 국내 최대 규모이지만 기반시설 노후로 가스누출·화재·폭발 등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국가산단의 안전관리 업무는 대부분 국가 사무이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지역 주민이 직접 피해를 보게 돼 시 차원의 마스터플랜 구축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울산=김태현/하인식/오경묵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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