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옮긴 고위 공무원 "고3 전학생 같네요"

입력 2015-11-11 18:00
세종시는 요즘…

부서 적응 고군분투
직원 경조사 꼭 챙기고 만나면 먼저 말 걸어


[ 황정수 기자 ] 윤태용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은 작년 10월 1급(고위 공직자 가급) 승진과 동시에 기획재정부에서 문체부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1년간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 “고등학교 3학년 때 전학온 기분이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새로운 수업 방식과 급우들에게 적응해야 하는 ‘전학생’처럼 윤 실장도 일하는 방식과 분위기가 전혀 다른 부처에 익숙해지는 게 만만치 않았다는 얘기다. 그는 “지금도 부처 내 경조사는 반드시 챙기고 복도에서 직원을 만나면 말 한마디라도 먼저 걸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최근 타 부처 핵심 보직으로 이동하는 고위 공무원이 늘고 있다. 이석준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과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남봉현 해양수산부 기획조정실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새 부처에 뿌리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무엇보다 ‘마음의 벽’ 허물기가 난제다. 국회 일정이 많은 방 차관은 지난달 기재부에서 복지부로 이동하자마자 화상으로 서울에서 업무 보고를 받기로 했다. 부하 직원들의 이동시간을 줄여주기 위해서? 후배들에게 “나를 최대한 활용하라”는 말도 자주 한다. 서로 신뢰를 쌓자는 의도다.

1급으로 승진하며 지난 1월 미래부 산하 민간합동창조경제추진단으로 옮긴 고형권 단장은 1주일의 절반 이상을 지방 창조경제센터에서 보낸다. 센터에서 근무하는 민간 출신 직원들의 정부 업무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강의 강행군’ 중이다.

부처를 옮긴 고위 공무원들은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고 입을 모은다. 정책 품질 강화를 위해선 부처 간 인사 이동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윤 실장은 “갈라파고스제도 같은 ‘한 부처만의 세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중앙부처 과장들도 활발히 이동해야 한다”고 했다. 고 단장도 “융합의 시대가 왔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 자리를 빼앗겼다’는 질시 섞인 목소리를 잦아들게 하는 건 쉽지 않은 과제다. 과거 경제부처에서 교육부로 옮긴 한 고위 공무원은 능력을 인정받아 1급으로 승진했지만 장관이 바뀌자마자 지방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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