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글로벌 직구전쟁'] 전세계 '쇼핑 잔치' 된 중국 광군제…하루 매출이 미국 블프의 10배

입력 2015-11-11 17:59
특파원 리포트

알리바바 '흥행 대박'
25국 5000여 해외브랜드 참여…200개국 소비자 온라인 구매
하루 판매액만 15조8000억…롯데백화점 본점 1년 매출의 9배

일본·미국 이어 한국 제품 헤라 등 화장품 부문 상위권
휴대폰·가전은 중국 토종 석권

베이징=김동윤 oasis93@hankyung.com


[ 김동윤 기자 ]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11월11일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할인 행사를 총괄하기 위해 ‘종합상황실’을 차려놓은 베이징 올림픽 수영경기장 ‘수이리팡(水立方)’. 11일 0시가 임박하자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우(五), 쓰(四), 싼(三), 얼(二), 이(一)!”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행사장 앞쪽에 설치된 초대형 전광판에 네티즌의 구매 현황을 실시간 생중계하는 화면이 나타났다. 화면 정가운데 상단에는 네티즌이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 사이트 티몰, 타오바오, 해외 직구(직접 구매) 사이트 알리익스프레스 등을 통해 물건을 산 총 구매액이 쉴 새 없이 올라갔다.

행사 시작 후 정확히 72초가 지나자 총 구매액이 10억위안(?1813억원)을 돌파했다. 전광판 바로 앞줄에 앉아 행사를 지켜보던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올해도 ‘흥행 대박’을 예감한 듯 왼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올해도 신기록 경신한 알리바바

알리바바는 올해 광군제 행사에서 각종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행사 시작 12분28초께 총 구매액이 100억위안을 돌파했고, 31분쯤엔 2013년 행사 때 하루 총 구매액인 191억위안을 넘어섰다. 이날 하루 동안 알리바바는 대략 전년 대비 60% 증가한 912억위안(약 143억달러·16조4980억원)어치의 제품을 팔아치웠다. 롯데백화점 본점 작년 매출(1조7800억원)의 약 9배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해 미국 최대 쇼핑일인 블랙 프라이데이 거래액(15억달러)의 약 10배에 달한다.

전광판 좌우에는 각종 세부 수치들이 실시간으로 공개됐다. 중국 소비자들이 구매한 해외 제품 생산 국가 순위에서는 일본이 행사 시작 후 한 시간이 지날 때까지 1위를 달렸고, 미국과 한국이 뒤를 이었다. 제품군별 거래액 상위 5위 브랜드도 표시됐다. 휴대폰 부문은 화웨이 메이주 샤오미 오포 등 중국 토종 업체들이 석권했다. 해외 브랜드는 미국의 애플뿐이었다. 대형 가전 역시 LETV, 메이디, 하이센스 등 중국 토종 업체가 강세를 보였다. 모든 제품군을 망라한 거래액 상위 20위 순위에서는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아벤느의 스킨이 1위를 차지했고, 한국 제품 중에서는 헤라·아이오페·미샤의 비비크림만 20위권에 들었다.

전 세계 쇼핑일로 자리매김

알리바바는 작년까지 저장성 항저우에 있는 본사에 독신자의 날 행사 종합상황실을 차렸지만 올해부터는 베이징으로 옮겼다. 독신자의 날 행사를 중국 소비자만이 아니라 세계인이 쇼핑하는 ‘세계인의 잔치’로 확대하려면 수도 베이징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행사를 계기로 독신자의 날이 세계적인 쇼핑 행사일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행사에는 애플 나이키 에스티로더 유니클로 자라 레고 월트디즈니 삼성전자 LG전자 아모레퍼시픽 등 중국 외 세계 25개 국가의 약 5000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알리바바는 해외 직구 사이트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세계 200개 국가에서 직접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알리바바는 페덱스 DHL 등 세계 49개 국제 물류회사와 제휴를 맺었다. 이 덕분에 알리바바는 작년 행사 하루 동안 발생한 해외 거래액을 올해는 행사 시작 1분45초 만에 달성했다.

올해 행사는 중국의 실물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열려 각별한 주목을 받았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최근의 실물경기 둔화에 대해 경제의 성장동력을 ‘투자’에서 ‘소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설명해왔다.

올해 독신자의 날 행사 실적은 중국의 소비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여겨졌다. 이 때문에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올해 행사와 관련해 알리바바에 격려 聘쳅嗤?보낼 정도로 큰 관심을 나타냈다. 장융(張勇)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독신자의 날 행사는 중국 소비자들의 힘을 전 세계에 확실하게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 블랙 프라이데이

black friday. 미국의 추수감사절(11월 마지막 주 목요일) 다음날. 미국 대다수 소매업체가 이
날을 기점으로 새해 초까지 대규모 할인 판매를 한다. 1년 내내 적자(red ink)였던 기업들이 처음으로 장부에 흑자(black ink)를 써넣는 날이라는 데서 유래했다. 지난해 블랙 프라이데이 단 하루 동안 미국 유통업체들이 올린 매출은 91억달러에 이른다.

■ 광군제(光棍節)

1990년대 중국 젊은이들이 서양의 밸런타인 데이에 맞서 만든 ‘독신자의 날’. 1이 네 번 겹친 모습이 독신자와 비슷하다는 뜻에서 매년 11월11일로 정해졌다. 2009년 중국의 한 인터넷 쇼핑몰이 대규모 할인 행사를 벌인 것을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로 자리 잡았다.

베이징=김동윤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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