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묶인 해외로펌, 고용·투자 확대 '먹구름'
5명 넘는 로펌, 7곳 불과…37%가 변호사 1명 등록
"신규수요 창출 거의 못해…시장 연 것 맞나" 불만도
M&A·해양 플랜트 등 특화…국내 빈틈시장 적극 공략
[ 김병일 기자 ] 한국에 진출한 외국 로펌의 절반 이상이 소속 변호사가 한두 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7월 이후 법률시장을 3단계 개방하더라도 외국 로펌의 국내 변호사 채용이나 국내 로펌과의 합병이 사실상 불가능해 법률시장 개방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 로펌들은 영업비밀 침해와 반부패 등과 관련한 국제소송이 앞으로 한국 기업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개방에 실망해 짐싸는 로펌 나올 것”
10일 법무부, 대한변호사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에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를 연 외국 로펌 27곳(등록 외국법자문사 77명) 가운데 소속 외국법자문사가 1명인 로펌이 10곳(37.0%)으로 가장 많았다. 2명인 로펌이 5곳(18.5%), 3명인 로펌 3곳(11.1%), 4명인 로펌은 2곳(7.4%)이다. 5명이 넘는 로펌은 7곳이었다. 미국 로펌 클리어리 고틀립이 가장 많은 7명을 외국법자문사로 등록했다.
글로벌 로펌인 영국계 A사 한국 대표는 “싱가포르 사무소에는 변호사가 100명이 넘지만 한국에는 6명밖에 없다”며 “다른 로펌도 홍콩이나 도쿄 사무소에서 하던 일을 서울 사무소로 옮겨왔을 뿐 새로운 법률서비스 수요를 거의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외국 로펌 사이에선 “법률시장을 개방한 게 맞느냐”는 얘기도 들린다. 예컨대 정부 계획에 따르면 내년 이후 법률시장이 3단계 개방되더라도 외국 로펌은 국내 변호사를 직접 고용할 수 없다. 국내 로펌과의 합작도 주체가 외국 로펌 본사여야 하며, 외국 로펌 지분이 50% 미만이기 때문에 합작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돼 있다.
미국계 B로펌 한국 대표는 “예상했던 법률시장 개방 방향과 많이 다르다”며 “추가 개방 가능성이 없으면 한국에서 철수하는 로펌이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 로펌에는 법인 자격을 주지 않아 사무실 운영에 필요한 물품을 외국법자문사들이 개인 명의로 구입하는 등 애로사항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로펌 보호를 명분으로 외국 로펌의 손발을 꽁꽁 묶어 놓았지만 고용 확대, 선진 자문기법 전수 등 법률시장 개방에 따른 긍정적 혜택 역시 누리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M&A, 특허 등 차별화로 승부
법률시장 개방 3년을 갓 넘긴 현재 외국 로펌들은 나름의 차별화로 한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외국 로펌은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거나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경우, 해외에서의 소송 등과 관련한 법률 컨설팅 서비스를 주로 제공한 ?
해외 상장 등 증권 발행과 관련한 법률 컨설팅에선 클리어리 고틀립이 부동의 1위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한국 기업 8개 중 6개가 클리어리 고틀립 손을 거쳤다. 클리포드 챈스와 밀뱅크 트위드 해들리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금융, 화이트앤케이스는 국제중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해양플랜트와 해운 관련 법률 컨설팅은 영국계 스티븐슨 하우드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특허 등 해외 소송 관련 컨설팅은 폴헤이스팅스, 롭스앤그레이가 많이 수행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와 듀폰, SK하이닉스와 샌디스크의 영업비밀 침해소송을 대리한 폴헤이스팅스의 김종완 한국 대표는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외국 정부와 기업의 민·형사소송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1970~1980년대 고용한 해외 기술자를 통해 기술을 습득하던 방식을 지금도 계속하면 영업비밀 침해 등으로 소송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법자문사 1호’인 롭스앤그레이의 김용균 대표는 “한국과 미국 기업들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나 해외부패방지법(FCPA) 등에 연루되는 사건이 많아지고 있다”며 “본사와 한국 지사에서 한국인 변호사 채용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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