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거래소 "도이치 대량매도가 주가 하락 결정타"…법원 "시세조종 근거있다"

입력 2015-11-10 18:14
11·11 옵션쇼크 5년 만에…법원, 도이치증권에 '손해배상 취지' 결정

외국계도 가세한 2900억 손해배상 소송
2010년 옵션 만기일 매물 폭탄 여파로 지수 53P 하락
당시 도이치증권 등 풋옵션 행사로 448억원 챙겨 '논란'
법원, 한국 증시 '우롱'한 외국계에 책임 묻겠다 의지 반영


[ 임도원 / 김인선 기자 ]
▶마켓인사이트 11월 10일 오후 5시 3분

2010년 ‘11·11 옵션쇼크’로 피해를 입은 국내외 투자자들이 5년여 만에 배상을 받게 될 전망이다. 사건을 일으킨 도이치증권 측의 비협조로 형사재판이 계속 미뤄진 가운데 법원은 우선 민사상 도이치 측에 책임을 일정 수준 묻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 과정에서 도이치 측의 책임이 각종 증거로 뒷받침되면서 법원도 피해 배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증시를 ‘우롱’한 외국계 증권사에 대해 어떻게든 책임을 묻겠다는 법원의 의지도 읽힌다.


국내외 투자자 울린 11·11 쇼크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은 총 배상청구 규모가 약 2900억원으로 추산되는 대형 건이다. 이번에 화해권고 결정을 받아낸 현대와이즈에셋자산운용, 예금보험공사, 하나금융투자뿐만 아니라 국민은행, 키움증권, LIG손해보험 등 국내 수십개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 미국계 헤지펀드 에버레스트캐피털 등 외국 기관투자가들까지 가세해 있다.

투자자들은 2011년 2월부터 “옵션쇼크 당시 도이치 측의 시세조종으로 손해를 봤다”며 잇따라 소송을 냈다. 옵션쇼크는 앞서 코스피200지수 옵션만기일이었던 2010년 11월11일 벌어졌다. 도이치은행 홍콩지점과 한국 도이치증권은 이날 장 마감 직전인 오후 2시50분부터 갑자기 대규모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코스피200지수 종목들을 중심으로 직전 가격 대비 4.5~10% 낮은 가격으로 2조4425억원어치나 매도했다. 이날 하루 거래량의 24.94%, 금액으로는 31.68%에 달하는 비정상적인 대규모 거래였다. 결국 코스피200지수는 전일 대비 53.12포인트 하락했다.

코스피200지수 선물 콜옵션(살 권리)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 여파로 당초 정해진 비싼 금액에 주식을 사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대규모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풋옵션(팔 권리)을 보유하고 있던 한국도이치증권과 도이치은행 홍콩지점은 대규모 차익을 냈다. 금융감독 당국 조사 결과 이들은 옵션쇼크 직전에 풋옵션 16억원어치를 사놓아 홍콩지점은 436억원, 한국도이치증권은 12억원의 이익?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거래소도 피해자 손들어 줘

이번 재판은 ‘옵션 쇼크’ 피의자에 대한 유·무죄를 가릴 형사재판이 늦춰지면서 함께 지연돼 왔다. 형사재판은 외국인 피의자들이 한국 법정에 서길 거부하면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연루된 5명 가운데 도이치은행 홍콩지점과 미국 뉴욕 도이치증권 전 외국인 직원 4명은 퇴사 후 소재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고, 한국도이치증권 전 한국인 직원만이 재판에 나오고 있다. 민사재판부는 당초 형사재판 결과를 지켜본 후 판결을 내릴 방침이었지만 지난해부터는 형사재판에 구애받지 않고 재판을 진행해 왔다.

도이치 측과 피해 투자자들은 민사재판에서 도이치증권 등의 대량 매도가 실제 투자자 손실로 이어졌는지를 놓고 첨예하게 다퉜다. 도이치 측은 “대량 매도가 없었더라도 주가는 떨어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자자들과 도이치 측은 합의 끝에 이를 판정할 기관으로 한국거래소를 택했다. 한국거래소에서는 지난해 말 도이치 측의 대량 매도가 없었다면 2010년 11월11일 247.51포인트였던 코스피200지수 종가가 252.55~252.88포인트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내용의 감정 결과를 법원에 제출했다. 도이치 측에 책임이 있다고 판정한 것이다.

이번 화해권고 결정은 도이치 측이 재판부와 피해자 측에 요구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도이치 측이 다급했던 것으로 판단되는 대목이다. 현대와이즈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시간을 두고 화해권고 결정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김인선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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