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은행 보증 유동화증권'으로 자금조달

입력 2015-11-10 07:12
기업 재무

발행절차 간편해 선호
은행, 현금 안쓰고 수수료 수입
단기자금시장 투자자도 많아

만도·LG상사 등 300억~1300억 자금조달

"회사채시장 냉각돼…유동화증권 발행 늘어날 것"


[ 이상열 기자 ]
기업들이 은행권의 신용보강을 받아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방법으로 잇따라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공모 회사채 시장이 냉각돼 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은행 신용보강 유동화증권’이 대체 자금조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잇단 사모 회사채 유동화

기업이 사모사채를 우선 발행한 뒤 이를 기초자산으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발행하는 유형이 대표적이다. 만도는 지난달 27일 10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사모 무보증 회사채를 발행해 이를 유동화했다.

만도의 사모 회사채는 발행되자마자 특수목적법인(SPC)인 지피에스제십차에 양도됐다. SPC는 만도 회사채에서 발생하는 이자와 상환되는 원금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해 920억원 규모의 ABCP를 발행했다. 이 ABCP는 2018년 9월까지 1개월 단위로 총 36회에 걸쳐 차환 발행된다.

신한은행과 중소기업은행, 수협중談릿?SPC가 ABCP를 발행할 때 일정 수수료를 받고 매입보장약정(신용공여)을 제공했다. ABCP의 신용등급을 높이기 위해서다. 은행 신용공여로 안정성을 높인 ABCP는 자산운용사의 MMF(머니마켓펀드)나 증권사의 MMT(머니마켓트러스트) 등 초단기 금융상품에 편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하이트진도홀딩스도 지난달 만도와 비슷한 방식으로 400억원을 조달했다. 3년 만기 사모 회사채를 400억원어치 발행한 뒤 이를 SPC에 넘기고 우리은행의 매입보장약정을 받아 만기 1~3개월짜리 ABCP를 3년간 총 13회 차환 발행하는 구조를 짰다.

LS전선의 부동산개발부문 등이 분할돼 2013년 12월 설립된 LS아이앤디는 지난 8일 3년 만기 사모 회사채로 1000억원을 조달했다. 이 중 300억원은 SPC를 설립해 산업은행의 신용공여를 받아 ABCP로 유동화했다. 나머지 700억원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자산유동화대출(ABL)을 받는 데 기초자산으로 활용됐다. LS아이앤디는 사모 회사채의 상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의 감정가 1600억원대 회사 보유 공장 토지 등을 담보로 제공했다.


○대출채권 유동화증권도 발행

사모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고 SPC로부터 직접 대출을 받는 구조도 나오고 있다. LG상사는 이 방식으로 9월16일(600억원)과 10월29일(700억원) 두 차례에 걸쳐 총 13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LG상사는 SPC를 설립해 우리은행으로부터 유동성과 신용보강을 받아 만기 2~3개월짜리 ABCP를 발행했다. 투자자들이 ABCP를 매입하고 지급한 돈은 SPC로 들楮?결국 LG상사에 대출됐다. 이번 ABCP는 2022~2023년까지 만기 3개월짜리로 계속 차환 발행한다. LG상사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제시한 다양한 방안 중에서 조건이 가장 좋아 ABCP 발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최근 은행 신용보강 유동화증권 발행이 잇따르는 것은 기업과 은행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기업 입장에선 증권신고서를 작성하고 수요예측을 받는 공모 회사채 대신 유동화증권 발행을 통해 간편하게 자금을 구할 수 있다. 특히 회사채 발행이 힘든 저신용 기업이나 업황 부진 기업에 은행 신용보강 유동화증권은 더욱 매력적인 자금조달 수단이란 분석이다. 은행 신용보강만 받으면 MMF 등 단기자금시장에서 쉽게 투자자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도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것이 직접 대출하거나 회사채를 매입하는 것에 비해 유리한 점이 많다. 보유 자금을 직접 쓰지 않고서도 일정한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서다. 대출받을 때 내야 하는 신보출연료 등 부대비용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한 증권사 채권자본시장(DCM) 부장은 “공모 회사채 발행시장이 위축된 상황이기 때문에 신용이 낮은 기업 등을 중심으로 은행 도움을 받아 유동화증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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