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조 굴리는 신협, 헤지펀드·SOC 투자 늘린다

입력 2015-11-09 18:17
대체투자 전담팀 신설…올 1~10월 순이익 전년비 34% 증가 성과 거둬

올 초 신협법 시행령 개정…개발사업 등 대체투자 허용
인천공항철도·거가대교 등 SOC사업자 대출도 늘려


[ 이지훈 기자 ] 신용협동조합중앙회(신협중앙회)가 투자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운용자산 규모는 약 22조원으로 국내 주요 연기금이나 농협중앙회 등에 한참 못 미치지만 올 들어 사회간접자본(SOC), 헤지펀드 등 대체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어서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신협중앙회의 운용자산 규모는 21조9000억원을 넘어섰다. 2010년(13조7300억원) 대비 60%, 지난해 말(20조8400억원) 대비 5%가량 증가했다. 운용자산이 늘어난 건 전국 920개 조합에서 신협중앙회에 맡긴 예탁금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단위 조합의 예탁금 합계는 2010년 11조8800억원에서 지난달 16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조합원 예금은 꾸준히 들어오는데 마땅한 운용처를 찾지 못한 조합들이 돈을 중앙회에 맡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운용자산 증가에 맞춰 신협중앙회는 투자처를 다변화했다. 지난해까지 신협중앙회는 운용자산 대부분을 채권, 주식, 펀드 등에 투자했다. 자산운용 및 투자처를 엄격히 제한한 신협법 규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 신협법 시행령 개정으로 규제가 완화되면서 SOC에 대한 대체투자와 파생상품, 헤지펀드, 사모펀드(PEF) 등으로 투자처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대체투자를 전담하는 구조화증권팀과 실물투자팀을 신설한 데 이어 신한금융투자에서 투자담당 전문가도 영입했다. 지난 7~9월에는 마이다스 적토마 멀티전략 전문사모투자신탁제1호 등 한국형 헤지펀드 네 곳에 총 10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헤지펀드 투자는 주식과 채권의 중간 정도 리스크를 부담하면서 꾸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내년에는 혼합자산펀드 등의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처를 다변화한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올해 1~9월 신협중앙회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10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4% 증가했다. 주식, 채권 외에 SOC, 헤지펀드 등 대체투자 투입자산을 지난해 2093억원에서 올해 2조2000억원으로 늘린 덕분이다.

신협중앙회는 직접 투자 외에 민간 SOC사업자에 대한 대출도 늘리고 있다. 신협법 시행령 개정으로 법인 대출 한도가 종전 8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대폭 확대된 데 맞춰 개인 대출보다 수익성이 높은 SOC사업자 대출 비중을 늘렸다. 최근 대출을 해준 SOC사업은 수원~광명 간 고속도로, 인천공항철도, 거가대교 등이다. 여의도 HP빌딩, 광화문 트윈트리 빌딩 등 서울 시내 대형 빌딩 매입자금도 대출했다. 기업인수 금융도 신협중앙회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팬오션, ING생명 등 기업 인수금융 자금도 대출했다. 이 결과 2009년 1500억원을 밑돌던 대출잔액은 지난해 말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달 말 2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개인 대출은 각 조합에 맡기고 중앙회는 기업 대출, 민간투자사업 등에 참여한다는 전략”이라며 “내년에는 국내 SOC 투자 비중을 늘리고, 물류시설 등 투자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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